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한 가운데 참가국들이 원래 의제인 다자무역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10~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통상 의제 등을 조율하는 자리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는 공식 행사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그리어 대표와 회담하려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USTR 출신인 데이비드 볼링 유라시아센터 일본 무역 담당 이사는 "그리어 대표와 일대일 면담을 성사하는 것은 많은 통상 장관들에게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며 "그들은 잠깐이라도 그리어 대표와 회담을 갖고 관세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어 대표는 제주도에서 가장 바쁜 통상 장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보낸 나라 중 한국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베트남 등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표적이 됐다.
APEC은 관세 여파로 2025년 회원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6%로 하향했다.
한국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열어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 부과 문제와 조선 등 산업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한다.
블룸버그는 그리어 대표의 회의 참석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압박을 느끼는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이 국제 공조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은 이번 회의에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더 나은 협상을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제네바 합의'를 통해 상호관세 인하에 합의한 미국과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논의를 진전시킬지도 관심을 끈다.
그리어 대표와 함께 제네바 합의를 이끈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도 참석했다.
블룸버그는 개별적 양자 회담에만 초점을 맞추며 다자 협력을 통해 자유 무역을 증진한다는 APEC의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링 이사는 "일부 APEC 무역장관들이 이번 회의에서 다자간 무역 활성화를 논의하려 할지 모르겠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일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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