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도서관이 약 80년 전 27달러(약 3만원)에 구입한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대헌장) 사본이 1300년 영국 왕이 서명한 진품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왕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선언하며 전 세계 헌법과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마그나카르타' 진품의 가치는 수십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카펜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와 니컬러스 빈센트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교수 등은 1년간의 연구 끝에 하버드대 로스쿨이 소장한 'HLS MS 172' 문서가 1300년 영국 에드워드 1세가 서명한 진품 마그나카르타 7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발단은 카펜터 교수가 하버드대 도서관 홈페이지의 소장품 도록에서 이 소장품의 디지털 사진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도록에는 "(마그나카르타의) 1327년 사본. 다소 번지고 습기로 얼룩"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도록은 이 소장품을 사본으로 설명했으나, 두 전문가는 진품 가능성을 알아봤다.
카펜터 교수는 소장품의 디지털 이미지를 처음 보고 "이건 에드워드 1세가 확인한 원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두 연구자는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자외선 촬영, 분광 이미징 등의 기법을 활용해 정밀 분석을 시작했다.
문건의 내용도 꼼꼼하게 확인해 다른 진본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하버드대 소장본은 1300년의 다른 진본과 크기와 내용, 어휘와 어순 등이 동일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에드워드 왕의 독특한 서명 방식과 필체가 다른 진본과 일치했다.
마그나카르타 1300년 판본이 하나 더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1215년 존 왕 시대에 처음 작성된 마그나카르타는 후세 왕들이 1215∼1300년 영국 전역에 재배포하면서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이중 현재 남아있는 원본은 25개며, 대부분은 영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판본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한 가문에서 소장되다가 1945년 '메이너드 가문'의 한 후손이 소더비 경매를 통해 런던의 한 서점 운영사에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서점은 42파운드(약 8만원)에 판본을 낙찰받았고, 이후 하버드대는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를 사들였다.
하버드대가 판본을 입수하며 지출한 27.5달러(약 3만원)는 당시 영국 파운드화 가치로 7파운드(약 1만원)에 불과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진품의 가치는 수십억 원을 뛰어넘는다.
앞서 2007년 뉴욕의 한 경매에 나온 1297년 판 마그나카르타 원본은 2100만 달러(약 293억원)에 팔린 바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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