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축제의 다크호스…경찰 부스에 줄서는 대학생들 '화기애애'더팩트 기사제공: 2025-05-16 00:06:04

서울 광진경찰서가 지난 14일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세종대학교 캠퍼스 내에 부스를 마련했다. 여성청소년과, 범죄예방과, 교통과 직원들이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 예방을 위해 대학생 소통에 나섰다. /정인지 기자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땡! 땡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캠퍼스 잔디밭 위 세워진 푸른 천막 아래 흰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범죄 예방 퀴즈를 냈다. 답을 고른 학생들은 아깝다며 비명을 내지르거나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세종대 축제 '세종연회' 기간 중 자체 부스를 마련했다. 여성청소년과, 범죄예방대응과, 교통과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 예방을 위해 대학생들과 소통에 나선 것이다.

여성청소년과에서는 마약류 성범죄 예방을 위한 홍보에 나섰다. 박주현 경사는 학생들에게 마약 간이 시약 키트를 건네며 "약물을 음료에 타 피해자가 정신을 잃게 만드는 성범죄자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의심이 된다 싶으면 술 한 방울을 여기다 떨어뜨려 보고 색이 변하면 절대 마시지 말고 112에 신고해 달라"고 설명했다.

불법촬영 피해 방지를 위한 필름 '몰래카메라(몰카) 캐치'도 제공됐다.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에 몰카가 있는 경우 휴대전화 렌즈에 필름을 대고 카메라를 켜면 흰색 빛반사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김수양 경사는 "신용카드 크기라 지갑이나 가방에 지참하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김연희(23) 씨는 "요즘 대학가에서 마약이 만연하다고 하는데 경각심을 느꼈다"며 "의심 가는 술자리에서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예방대응과에서는 유학생을 고려해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국 언어로 된 범죄 예방 가이드북을 만들어 제공하고 주요 피싱 사례 퀴즈를 냈다. /정인지 기자

범죄예방대응과에서는 유학생을 고려해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국 언어로 된 범죄 예방 가이드북을 만들어 제공하고 주요 피싱 사례 퀴즈를 냈다. 경찰이 든 팻말에는 '찐친(진짜 친구)' 발신인이 보낸 가상의 문자 화면이 그려졌다.

'결혼식 일시. 08월19일(토) 오전 11시 많이 많이 와주세요', '고 부친께서 별세하셨기에 아래와 같이 부고를 전해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에는 링크(URL)가 첨부됐다. 고객센터 번호로 온 '건강검사 통지서 발송완료. 상세 보기', '도로교통위반벌금고지서. 상세 보기' 문자와 링크도 제시됐다.

경찰은 "이 중 눌러도 되는 링크가 몇 개인지 맞춰보라"고 했다. 고심하던 학생은 옆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고장 1개요"라고 답했다. 경찰이 "답은 0개"라고 하자, 이 학생은 "헉. 진짜요"라고 놀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경찰은 "이 중 아무것도 누르면 안 된다. 여기 찐친이라고 적혀있는데, 친구 번호로 바꿔서 보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퀴즈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추첨을 통해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포순이 인형이나 스티커, 펜 등이 제공됐다.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광진경찰서 부스에 참여한 학생들이 범죄 예방 가이드북을 들고 경찰관(가운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인지 기자

교통과에서는 자전거나 개인형이동장치(PM), 오토바이 등 이륜차 교통사고 관련 문제를 냈다. 경찰은 "킥보드는 인도에서 타면 중대과실입니다. 사고 나면 형사처벌 대상이에요"라고 알렸다. 참여자에게는 야간 실외 운동이나 이륜차 탑승 시 팔에 착용하면 빛이 나는 'LED 암밴드'가 제공됐다. 퀴즈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정답" 소리가 나길 기다렸다.

이날 영상 25도를 기록한 초여름 더위에도 학생들은 경찰서 부스 앞에 줄을 섰다. 식품생명공학과 정수연(23) 씨는 "다양한 부서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몰래카메라 키트와 기념품들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글로벌조리학과 김영선(22) 씨도 "경찰이라고 하면 멀게 느껴지곤 했는데, 직접 만나게 되니 멋있기도 하고 재밌었다"며 "축제에서 경찰서 부스라니 신기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광진경찰서가 세종대 축제에서 부스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성청소년과와 교통과는 지난해부터, 범죄예방대응과는 올해부터 범죄 예방을 위해 대학생들과 만났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대학 축제 부스는 현장의 눈높이에서 범죄 예방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평온한 일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inj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