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약 2000억 달러(한화 약 280조원) 규모의 경제 협력 및 투자 계약에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 이어 UAE에서도 대규모 오일머니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견제하는 한편, 중동의 석유 자본을 미국 기술과 안보 협력에 연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리 외교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해석된다.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사흘째인 이날 마지막 방문지인 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는 향후 10년간 미국에 1조4000억 달러(약 1956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술,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부문에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UAE의 1조4000억달러 투자를 포함해 계획된 대미 투자 규모가 10조달러(1경3971조원)에 이르렀다며 "미국과 UAE의 관계가 강화할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과 좋은 친구로 지내왔다며 "당신은 위대한 전사이자 강인하고 뛰어난 사람, 비전을 가진 극히 일부의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UAE와 AI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은 특별하다"며 순방에 동행한 AI 칩 제조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무함마드 대통령과 함께 수 분간 대화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에 양국 간 인공지능(AI) 협력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내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 약속과 함께 AI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 선언이 이뤄졌다.
이번 AI 협정에는 UAE의 안보 규정을 강화하고, 미국 기술의 제3국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명시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를 통해 UAE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첨단 AI 칩을 연간 최대 50만 개까지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합의는 UAE의 대규모 AI 투자 유치와 맞물려 미국산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성사됐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됐던 AI 칩 수출 제한을 트럼프 정부가 UAE에 한해 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UAE 아부다비에는 5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AI 데이터 센터를 포함하는 AI 특화 캠퍼스가 조성될 예정이며, 이는 UAE 국영기업 G42가 미국 주요 IT 기업들과 협력해 운영하게 된다.
다만 이 같은 미국과의 AI 협력 강화를 위해 UAE는 중국산 AI 장비와 투자를 줄여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취임 직전인 올해 1월, AI 반도체가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우회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동맹국에 대해서만 판매를 허용하고, 비우방국에는 수출 한도를 설정하는 통제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 방문 중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UAE의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 및 현지 통신사 이앤드(e&)와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보잉과 GE 에어로스페이스는 UAE 에티하드항공으로부터 보잉 787과 777X 항공기 28대에 대해 총 145억 달러 규모의 계투자를 받기로 했다.
이 외에도, UAE 최대 산업기업 에미리츠글로벌알루미늄(EGA)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40억 달러 규모의 알루미늄 제련소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며, 이는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방산기업 RTX는 EGA 및 타와준 카운슬과 협력해 희귀금속인 갈륨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갈륨은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이후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한 금속으로, 첨단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질화갈륨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한편,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EOG 리소스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와 협력해 총 600억 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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