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이탈리아 무시해”… 독일 언론 보도에 뿔난 이탈리아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17 10:22:57

“프랑스·폴란드보다 덜 중요한 파트너”
독일 정부, 기사 내용 부인하며 달래기

프리드리히 메르츠 신임 독일 총리의 첫 이탈리아 방문을 앞두고 ‘독일 정부가 이탈리아의 외교적 중요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었다.
이탈리아 정치인들이 일제히 독일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독일 외교부는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보수 일간지 ‘디 벨트’는 하루 전인 15일 독일 새 연립정부가 이탈리아의 외교적 중요성을 프랑스, 폴란드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6일 독일에선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의 연정이 출범했다.
의석 수가 훨씬 더 많은 CDU/CSU 연합을 이끄는 메르츠가 총리를 맡게 되었다.

디 벨트에 의하면 CDU/CSU 연합은 SPD와 연정의 향후 외교정책 기조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를 프랑스, 폴란드와 더불어 유럽의 중요한 파트너로 지목했다.
실제로 연정 합의서 초안에는 이탈리아가 프랑스, 폴란드와 나란히 명시됐다.
그런데 최종 합의서에선 이탈리아가 빠지고 프랑스, 폴란드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는 SPD의 강력한 요구를 CDU/CSU 연합이 마지못해 수용한 결과라는 것이 디 벨트 보도 내용의 핵심이다.

이탈리아는 2022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가 들어섰다.
여기에는 과거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의 파시즘을 연상케 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도 포함돼 있다.
멜로니 본인이 ‘유럽의 대표적 극우 지도자’로 통하는 것이 현실이다.
진보 성향의 SPD 소속 인사 상당수는 이 같은 이탈리아 정부의 우경화를 경계해 ‘외교적으로 이탈리아와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 벨트의 보도 이후 이탈리아 정가에선 독일 정부 그리고 SPD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이 직접 “독일 SPD가 반(反)유럽적 태도를 취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6일(현지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그러자 독일 외교부가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독일에서 이탈리아는 이른바 ‘바이마르 플러스’의 회원국으로 환영을 받는다”고 밝혔다.
바이마르란 독일, 프랑스, 폴란드 3국으로 구성된 ‘바이마르 삼각동맹’을 일컫는다.
독일은 이탈리아를 바이마르 동맹 회원국이나 다름없이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SPD 역시 대변인을 통해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 당시 이탈리아가 중요안 파트너인지 아닌지에 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며 디 벨트의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17일 로마에서 독일·이탈리아 정상회담이 열린다.
메르츠가 총리 취임 후 멜로니와 단둘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르츠는 총리가 되고 나서 약 열흘 동안 프랑스,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을 방문했다.
가장 최근에는 16일 알바니아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