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10여㎞ 인근까지 확산
“베란다 하얀 빨랫감이 검게 변해”
공장 인근 주민 대피소서 하룻밤
100여명 호흡곤란·어지럼증 호소
화재 발생 32시간 만에 주불진화
회사 대표 “깊은 사죄… 신속 수습”
“메케한 냄새와 고무 분진으로 질식하는 줄 알았어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광주여대 체육관 임시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100여명은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등 고통을 호소했다.
이모(58)씨는 “가슴이 답답하고 코를 풀면 시커면 코가 나온다”며 “하루 종일 공장에 야적된 고무 분진가루를 들이마셔서 생긴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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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에 휩싸인 공장 17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검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는 공장 내 오븐 장치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광주=연합뉴스 |
광주공장 인근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휴일에 집에 있다가 베란다 문을 닫아도 틈새로 계속 들어오는 검은 연기로 집을 떠나 이틀째 대피소나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
검은 연기와 고무분진은 바람을 타고 광주공장에서 10㎞ 이상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피해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공장에서 직선거리로 13㎞ 떨어진 동구 계림동까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계림동에 사는 박모씨는 “베란다에 널어놓은 하얀 빨랫감이 검게 변했다”며 “공장과 많이 떨어져 안심했는데,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이곳까지 분진이 날아왔다”고 했다.
광주 광산구는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의 서라1차·2차, 삼라마이다스, 송광3차 아파트 564세대(1228명)를 직접적인 피해지역으로 판단했다.
광주여대 체육관에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 250여개를 설치하고 음식과 음료 등을 비치했다.
이날 오후까지 71세대 132명이 광주여대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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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자 공장에 있던 400여명의 직원은 대피했으나 3층에 있던 20대 직원 1명이 대피 도중 추락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2명도 부상을 입었다.
화재 발생 3시간 후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한 당국은 진화헬기 8대 이외 물을 뿌려도 불이 잘 꺼지지 않는 생고무(약 20t)의 특성을 고려해 고성능 화학차 18대를 투입해 폼 수용액을 뿌려 산소를 차단하는 등 쉴 새 없이 장비와 인력을 가동하고 있다.
김관호 광주 광산소방서장은 이날 “대형 방수포와 고성능 화학차를 이용해서 다량의 물을 내부에 주입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당국은 이날 오후 2시50분을 기해 화재 초기진화를 완료했다.
화재 발생 31시간40분 만의 주불 진화이다.
일부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화재가 시작된 정련 공장의 입구 방화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은 화재 발생 수개월 전부터 방화문 작동 문제 해결을 건의했으나 사측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화재 발생 직후 대피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화재 사고와 관련해 진심으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빠르게 화재를 수습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모든 과정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금호타이어가 국내에 보유한 세 곳의 공장(광주·평택·곡성) 가운데 가장 처음 지어진 공장(1974년 설립)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1600만개로, 국내 생산 능력(연 2700만개)의 58%에 해당한다.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용 타이어 등을 주로 생산한다.
다만 이번 화재로 국내 타이어 및 완성차 업계 차질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장 생산이 전면 중단됐지만, 금호타이어는 한국·중국·미국·베트남 등 4개국에서 8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광주= 한현묵 기자, 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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