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들의 소아 환자 상급의료기관 전원 가능성이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참여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소아청소년병원들에선 시범사업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구조적 불평등 해결 등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9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이란 지역 내 소아청소년병원 등 2차 병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급 병원이 협업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건복지부 사업이다.
현재 전국 20개 병원이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협회는 이달 1~16일 소아청소년병원 소아 환자 상급의료기관 전원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소아청소년병원과 그렇지 않은 소아청소년병원 두 그룹으로 나눠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소아청소년병원 근무 의사 202명 중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달했다.
"간헐적으로 수용된다"는 비율은 43%였다.
"항상 수용된다"와 "대체로 수용된다"는 응답은 각각 1%와 38%였다.
반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소아청소년병원 20곳의 경우 "항상 수용된다"는 응답 비율이 15%였다.
"대체로 수용된다"는 비율은 75%에 달했다.
"간헐적으로 수용된다"와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는 각각 5%였다.
다만 복지부가 진행 중인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시범사업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행정구역 단위 중심의 설정으로 인해 실제 생활 진료권 환자 수요는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 방향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비참여 병원 의사 61%가 사실상 전원 불가라고 답한 것은 사업 참여 여부에 따라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달라지는 구조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이홍준 부회장(김포 아이제일병원장)도 "소아 환자 상급의료기관 전원의 어려움이 네트워크 시범 사업을 통해 다소 해결돼 다행이지만 여전히 소아 진료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시범사업의 발전과 더불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아 진료 살리기 정책 개발과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편 협회는 이날 대선 후보들에게 소아의료를 살려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소아 환자 응급실 뺑뺑이 해결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음에도 여전히 소아 환자의 상급의료기관 전원 불가는 소아의료 현장에서 만성이 돼가고 있다"며 "그러나 각 후보들이 현재까지 밝힌 공약을 살펴보면 소아의료는 또다시 외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님들에게 간곡히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며 "소아의료체계의 붕괴로 아픈 아이 부모들이 걱정스러운 얼굴이 아닌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소아의료 살리기를 공약으로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촉구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