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선택권 침해”… ‘개식용종식법’ 반대 목소리 재점화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20 19:11:18

육견협, 헌재 앞서 효력 정지 촉구
“법 시행 1년 만에 사육 농민 파산”
최근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
정부 “사회적 논의 거쳐 법 제정”

윤석열정부에서 제정돼 ‘김건희법’으로도 불린 개식용종식법을 두고 육견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육견 소비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식생활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식용종식법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들은 개식용종식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협회는 “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개사육 농민 전체는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며 “농림부가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우리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보신탕 식당 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개 사육 농장과 도축, 유통, 식품접객업 운영을 금지한 개식용종식법은 지난해 2월 제정돼 같은 해 8월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2027년까지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현재는 시설을 신규로 설치하거나 늘리는 것만 제한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고 반년 만에 국내 개 사육 농장 1537곳 중 40%인 623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까지 폐업 농장이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 농장주를 대상으로 적잖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유예기간 내 조기 폐업하는 농장주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마리당 6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빠른 폐업을 촉진하기 위해 6개월마다 지원금을 7만5000원씩 감액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정부 지원만으로는 폐업하기 어렵단 반응이다.

이들은 “농지법과 건축법 위반 농가는 지원금을 50% 감액한다”며 “개 가격이 폭락해 40만~50만원 하던 것이 10만원, 5만원에 팔리고 있다.
식용견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고 그나마 팔린 개들도 덤핑으로 사들여 한몫 노리는 업자들이 농장에 쌓아놓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 다니는 정필립 씨(오른쪽)와 정민규 법무법인 평천 대표변호사가 개식용종식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원금 규모에서 타협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가의 합목적적 행위로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관행적으로 2년 치 생계비를 지원하는 ‘정당한 보상’을 하게 돼 있다”며 “하지만 합법적 영업 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정당한 보상’이 아닌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추산으로 개 한 마리로 벌어들일 수 있는 연간 순수익이 30만원인데 이미 ‘정당한 보상’에 준해 이를 2년으로 계산한 60만원을 조기 폐업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얼마가 적당하냐를 두고 이견이 있지만 개식용종식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으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학생 정필립(24)씨와 정민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평천)는 16일 개식용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이들은 ‘자신의 식생활을 선택할 권리’가 침해받았고, 궁극적으로 헌법에 규정된 행복추구권이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