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타격 준비 정황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21 19:13:04

CNN “무기 이동·공군 훈련 완료”
美와 핵협상 내용 불만에 압박 관측
가자 공세 확대로 국제 고립도 심화
英, FTA 논의 중단… EU, 협정 재검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타격할 준비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CNN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전차들이 기동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핵시설 타격에 필요한 무기를 이동하고, 작전 실행을 위한 공군 훈련도 완료하는 등 공격 준비를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정황은 이스라엘 정부 내 공식·비공식 메시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통신내용 감청과 군 동향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다만, 소식통은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한창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만이 반영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이어왔다.
저농축 우라늄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협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현재 협상 추이만으로도 불만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과 직결되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나쁜 합의’를 체결할 것으로 보이면 오히려 협상을 깨트리기 위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이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N에 “이스라엘의 공격 여부와 방식은 핵협상에 대한 미국의 의중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격 정황에 대한 소식만으로도 세계 경제는 긴장해 유가가 요동쳤다.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14분 기준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5%나 급등해 배럴당 64.19달러를 기록했다.

이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 연합뉴스, 이란 원자력청 제공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인종 청소’에 가까운 군사작전을 확대해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이에 이날 유럽연합(EU)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이스라엘과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영국도 EU의 이스라엘 규탄 움직임에 동참했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진행 중이던 추가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중단했다”며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해 가자지구를 정화하자’는 이스라엘의 요구는 터무니없고 극단주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