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지검장과 차장검사가 동시에 사의를 표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검사는 그간 진행된 탄핵심판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사직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중요 직책을 쉽게 내려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부터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수사를 맡아온 이들이 대선 이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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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창수 중앙지검장(오른쪽)과 조상원 4차장(귀엣말하는 이)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사의를 밝힌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검사의 퇴직 예정일은 21대 대통령 선거 전날인 다음달 2일로 전해졌다.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의 사의 표명은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한 지 약 두 달만에 나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들이 김 여사를 부실수사했다는 이유 등으로 탄핵을 소추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3월 이 지검장 등이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탄핵소추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중앙지검의 주요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건강상 문제를 사직 이유로 밝힌 조 차장은 전날 퇴근길에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대0(기각)으로 무고함이 밝혀졌고, (복귀한 뒤 현안 수사가) 어느 정도 안착이 됐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직책…끝까지 자리 지켰어야” 지적
전국 최대 검찰청에서 지휘부가 함께 사의를 표명한 이례적인 일을 두고 검찰 밖 시선은 곱지 않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이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있을 것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이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인사 때가 되면 그만두는 게 맞지, 쉽게 사직하면 안 된다.
그게 공직자, 검사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검사가 김 여사 등에 ‘면죄부’를 줬다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서는 사퇴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을 맡고 있으면, 거기에 공정성이라는 게 가장 큰 덕목이고 사명”이라고 했다.
■민주당 “비겁한 도주극”
한민수 선대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선물했던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사법 정의를 더럽힌 면죄부 검사들의 비겁한 도주극”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4차장의 사표가 수리돼서는 안 된다.
그분들은 직권 남용, 직무 유기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수사를 받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물러갈 생각하지 말고 수사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내란 수괴 윤석열의 정치 검찰 대표선수 이창수가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렸다”고 비꼬았다.
한편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검사는 2023년 9월 탄핵소추됐고 헌재는 지난해 5월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소추를 기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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