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영유아에게 중환자실 치료, 사망으로 이어질 정도로 위험
기저질환 있는 고령자, RSV 감염으로 기존 질환 악화될 수 있어
전문가들 “예방 접종 중요…효과 80% 넘는 만큼 접종 고려해야”
발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 감기와 구분이 어려운 증상을 보이지만 입원율은 독감보다 높다.
이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이야기다.
최근 60세 이상 성인을 위한 RSV 백신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고령층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전망이다.
◆감기처럼 시작해 중환자실까지…RSV의 위험성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RSV 감염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되며, 전염력이 상당히 높다.
유행기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감염자 한 명이 평균 3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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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폐렴이나 호흡곤란으로 인해 중환자실 입원 및 산소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RSV는 높은 전염성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특이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증상 완화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해열제나 진통제를 사용하는 대증 요법만 가능해, 특히 신생아나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은 속수무책으로 RSV에 노출돼 왔다.
실제로 2023년 국내 RSV 입원 환자는 총 8976명으로, 같은 기간 독감 입원 환자 수(6188명)를 크게 웃돌았다.
이 중 약 65%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고, 25%는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들의 56.8%가 RSV 폐렴으로 진단됐으며, 10.6%는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치명률·의료비 모두 독감보다 높아…백신 필요성↑
60세 이상 RSV 감염자의 경우 독감 환자보다 중환자실 입원률과 입원 1년 후 사망률이 약 30%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심장질환, 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RSV 감염 시 기존 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의료비 부담도 크다.
RSV로 인한 폐렴 치료 시 평균 의료비는 65세 이상에서 약 406만원으로, 50~64세(약 293만원), 19~49세(약 271만원)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RSV 백신 ‘아렉스비(Arexvy)’가 이달 말 국내에 처음 출시된다.
그간 영유아용 항체 주사는 도입된 바 있지만, 고령층 백신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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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도 60~69세에서 81%, 70~79세에서는 93.8%로 일관되게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60~74세 고위험군과 75세 이상 전 고령층에게 RS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접종 비용은 전액 본인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RSV, 감기처럼 보여도 위험…백신 접종 적극 권장”
전문가들은 RSV 감염증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RSV는 일반 감기처럼 보이지만, 고령층과 영유아에게는 중환자실 치료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국내 입원율도 독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RSV에 특이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고위험군이 무방비 상태였다”며 “이번 백신 도입은 중요한 진전이며, 예방 접종을 통해 질병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심장, 폐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RSV 감염으로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예방 접종이 매우 중요하다”며 “예방 효과가 80%를 넘는 만큼 접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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