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에서 문을 닫은 기업이 20만곳에 육박하며 유럽 재정위기 시기인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2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업 폐업 건수가 2023년보다 16％ 늘어난 19만61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 전체가 경기침체에 빠진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다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관련 기업 폐업이 1년 새 26％ 늘었다.
IT 업체는 24％, 건설 부문은 20％였다.
ZEW의 잔드라 고트샬크 연구원은 주된 원인으로 독일의 고질적인 전문인력 부족과 과도한 관료주의를 지목했다.
앞서 독일은 2023년 경제성장률 -0.3％, 지난해 -0.2％로 2002∼2003년 이후 21년 만에 두 해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0％로 제자리걸음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방정부 자문기구인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도 "독일 경제는 당분간 미국 관세와 재정 패키지 등 두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4％에서 0％로 하향했다.
독일 정부는 12년간 5000억유로(781조원)의 인프라 투자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데 이어 노동시간 유연화 등 경기부양과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여념이 없다.
이달 초 출범한 연립정부는 법정 노동시간을 하루 최장 8시간에서 주당 48시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과근무 제한을 완화해 전체 노동량을 늘리겠다는 셈법이다.
현행 노동시간 법상 6개월간 평균 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은 경우에만 하루 2시간 초과근무를 할 수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지난 15일 "주 4일 근무, 일과 삶의 균형으로는 이 나라의 번영을 유지할 수 없다"며 더 많이 일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독일인이 너무 적게 일한다고 일반화해 말할 수는 없다"며 주워 담기도 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인의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34.8시간으로 27개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31.6시간), 덴마크(33.5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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