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되지 않은 아파트 수십억원 거래…수요자들 절박한 선택 반영
물리적으로 공급 여력 제한…도심 내 정비사업 외 대안 없는 구조
향후 공급 감소 본격화되면 신축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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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4건보다 96.85%(246건) 증가한 수치다.
분양권은 청약 당첨자가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이며,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두 권리 모두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다.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로, 전용면적 111㎡ 입주권이 지난 3월 70억 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단지의 전용 84㎡ 입주권도 52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오는 11월 입주 예정이다.
삼성동 ‘아크로 삼성’에서도 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올해 2월, 전용 104㎡ 입주권이 70억원에 거래됐다.
1981년 준공된 ‘홍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임대나 소형 평형 없이 전용 92~167㎡ 규모의 대형 평형만으로 구성돼 조합원 중심으로 배정됐다.
이미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124㎡ 입주권이 59억5000만원(3월), 57억8000만원(2월), 55억5000만원(3월), 55억2800만원(2월)에 잇따라 거래됐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132㎡ 입주권도 54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아직 완공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가 수십억 원에 매매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분양·입주권 거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서울의 고질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4만7424가구로, 서울의 적정 수요(4만6659가구)를 다소 웃돈다.
그러나 이후 공급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2026년 4112가구 △2027년 1만306가구 △2028년 3080가구 △2029년 999가구 등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경기도나 인천과 달리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신규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다.
주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이 이뤄지지만, 기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면 일반 분양분이 많지 않다.
리모델링 등 대체 방안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대규모 공급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아파트는 ‘준신축’에 해당하는 10~15년 연식 아파트로, 8.9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5년 이하 8.61% △5~10년 이하 7.87% △15~20년 5.14% △20년 초과 5.79% 순으로 나타났다.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일수록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로 설명한다.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꺾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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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신축에 대한 선호는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결합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강남권 고가 거래 사례처럼,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가 수십억 원에 거래되는 것은 단순한 투자 수요를 넘어 실수요자들의 절박한 선택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은 물리적으로 공급 여력이 제한돼 있어, 도심 내 정비사업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아울러 “신축 아파트는 희소성과 프리미엄을 모두 갖춘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향후 공급 감소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신축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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