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 임금체계 개편해야"…노조 "대법원 판결 무시"(종합)더팩트 기사제공: 2025-05-29 17:42:02

버스 임금체계 개편안을 두고 서울시와 서울버스노조와의 평행선이 계속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버스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서울시와 서울버스노조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대전 버스노조 사례를 들어 임금 협상에 앞서 임금체계를 먼저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노조는 대법원이 인정한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판결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전시와 최근 부산시 버스노사 사례를 인용하며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는 이날 오후 시내버스 임단협 관련 약식 브리핑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안은 대전광역시의 선례에 기반한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노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전시내버스 노사는 2012년 통상임금 소송 중 상여금 등 수당을 폐지하고 해당 금액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총임금은 약 3.2% 증가했고, 정기 상여금이 기본급에 반영되면서 총임금 인상률은 7.6%를 기록했다. 시 관계자는 "대전처럼 상여금을 없애고 기본급을 올리는 임금체계 정비는 시와 사측이 제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며 "최근 부산시도 성과 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폐지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구조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제시한 안은 평균 연봉 6200만 원을 총액 기준으로 삼아 그 범위 내에서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후 임금 인상률을 별도로 협의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 방식이 임금체계 개편과 기본급 인상이라는 두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2012년 대전시 모델과 유사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8일 오전 부산버스노조 총파업으로 시내버스가 운행을 중단하자 부산시청 앞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이 꺼져있다. /더팩트 DB

그러나 노조는 시가 제안한 개편안이 대법원이 인정한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상여금이 기본급에 포함되면 시급과 수당이 함께 오르지만, 사측이 상승분 없이 총액만 유지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부산 시내버스 사례처럼 실질 임금이 오른 경우와 서울시와 사측이 주장하는 개편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부산은 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폐지하고 기본급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통상임금에 반영, 실질 임금이 상승했다. 별도의 기본급 인상 협의 없이 상여금을 기본급에 반영하는 것만으로 10.5%가량 임금 인상 효과를 냈다. 유재호 서울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부산 사례 역시 정기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시급과 수당을 재산정한 결과"라며 "서울시가 주장하는 총액 유지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서울시 개편안이 사실상 총액 동결을 전제로 하면서 실질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시급과 각종 수당이 재산정돼 실질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 부처장은 "서울시는 지금껏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라는 요구만 반복했을 뿐, 이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방안은 한 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말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결국 정기상여금을 없애고 총임금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 버스업계 임금체계 관련 노사 갈등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근본적인 임금 구조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매년 똑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은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며, 총액을 기준으로 임단협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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