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하면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고위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축소를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부인한 지 일주일만이다.
AP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함께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찾은 두 명의 고위 국방 당국자는 "이 지역에서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숫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병력 배치 규모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는 데에도 최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미공개 사안"이라며 익명을 전제로 이같이 언급했다고 AP는 덧붙였다.
미국은 제한된 국방 인력과 자원으로 세계 패권국에 도전하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지난 3월 세미나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발탁을 언급하며 "그들은 거의 확실히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일찍이 전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차 석좌는 "한미동맹이 '조용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도 전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에는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이 담긴 보도까지 나왔다.
WSJ는 지난 22일 미 국방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500명 가운데 15.7%인 약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하루 뒤인 23일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주한미군도 비슷한 입장을 내며 보조를 맞췄다.
우리나라 국방부도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서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에는 헤그세스 장관을 비롯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등이 참석한다.
한국에선 조창래 국방정책실장이 대표로 참가한다.
샹그릴라 대화에는 매년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과 6·3 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해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불참하기로 했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 역시 불참하면서 미·중 군사 대화도 무산됐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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