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디나 볼루아르테(62)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몇 해 전 불거졌던 성형수술과 명품시계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코 성형 의혹과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앞서 2023년 7월 호흡에 문제가 있다며 리마에 있는 병원에서 코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도 별다른 설명 없이 대리인을 임명하지 않은 채 직무에서 이탈, 약 2주간 국정공백 상태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의원과 법률 전문가들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탄핵을 주장했다.
대통령이 수술을 받은 사실을 의회에 알릴 의무가 있고 권한을 위임할 책임이 있으나 이를 방기한 만큼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사적인 일이었다"고 일축했고, 성형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기간 사실상 대통령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알베르토 오타롤라 전 총리도 지난해 12월 의회 감사위원회에서 "수술에 큰 합병증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권력 공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 문제로 올해 1월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의회 감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는 동안 논란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 마리오 카바니가 관련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했다.
카바니는 한 TV 인터뷰에서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받은 5가지 시술(코 성형, 비중격 교정, 하안검 시술, 비강 비인두 주름, 지방 이식 등) 중 한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미용 목적의 시술이었고 밝혔다.
심지어 대통령이 시술 중에 진정제를 맞고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앞서 고급시계와 보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또 2022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당시 부통령이었던 볼루아르테가 새 정부의 수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대통령 승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무리하게 진압해 50여명을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성형 의혹까지 다시 불이 붙으면서 수도 리마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최근 페루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3％에 달했다.
이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지지율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야당도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는 의회 전체 의석인 130석 중 3분의 2 이상인 87석의 찬성이 있으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편 페루는 지난 8년 동안 대통령이 6명이나 취임하는 등 고질적인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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