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짠 음식이 '뇌종양' 악화 유발…인과관계 입증"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6-01 12:00:00

고염식(짠 음식)이 뇌종양 악화를 유발한다는 분자적 인과관계가 입증됐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고염식으로 장내 미생물 구성이 변화할 수 있고, 이때 미생물이 분비한 대사물질 '프로피오네이트(propionate)'가 장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뇌종양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뇌종양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실험으로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4주간 고염도 사료를 섭취한 마우스에 종양세포를 주입했을 때 일반식을 섭취한 마우스보다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고, 종양 크기가 커지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특히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무균 마우스에 분변(고염도 사료 섭취한 사람의 대변에 해당하는 마우스 분변 샘플) 미생물을 이식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뇌종양 악화 반응이 관찰됐다.
이는 장내 미생물 변화가 뇌종양 악화의 핵심 요인임을 방증한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중 '박테로이드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 균이 고염식에 맞춰 증가하고, 이 균이 '프로피오네이트(propionate)' 효소의 발현을 높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고염식 실험 마우스는 장내에서 프로피오네이트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으며, 이 물질은 뇌종양 세포에 산소가 충분한데도 마치 부족한 것처럼 '저산소 유도인자-1알파(HIF-1α)'를 활성화시켰다.

또 '형질 전환성장인자-베타(TGF-β)'를 늘려 '제1형 콜라겐(COL1A1)'을 과도하게 생성, 종양 세포가 쉽게 퍼지고 악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짠 음식 섭취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대사산물이 뇌종양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사례"라며 "연구 성과는 향후 식이 조절이 뇌종양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와 장내 미생물 기반의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개인 기초연구사업 및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논문)는 생의학 분야 학술지 '저널 어브 익스페리멘탈 메디슨' 5월 22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공동 제1 저자로는 KAIST 김채원 박사(현 미국 하버드 의과대 부속 보스턴 어린이병원 박사후연구원)와 김현진 박사(KAIST 생명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