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세력이 아이들까지"…'리박스쿨' 늘봄학교 의혹에 학부모들 '분노'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2 15:48:01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 단체 리박스쿨을 항의방문해 2025.05.31. /뉴시스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댓글 조작팀 운영 의혹을 받는 극우 성향 역사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강사를 파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X(옛 트위터)와 네이버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박스쿨 대표가 설립한 '한국늘봄교육연합회' 사이트에 올라온 늘봄학교 강사 채용 정보 사진이 확산됐다. 늘봄학교 강사를 모집한다는 200여개의 채용 정보 글과 지역, 학교명 등이 포함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일제히 "목록에 있는 학교에 리박스쿨 강사가 채용됐다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될 것 같다"면서도 "문제의 협회에서 올린 글이니 상세 커리큘럼이나 자격증 등을 학교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왜 아이들 교육에 손을 대냐"는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늘봄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을 얻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 소속 강사들이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에 실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부모 A 씨는 "이것 때문에 열 받아서 밤을 새웠다. 아이들을 왜 건드냐"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진한 사업을 의심해봤어야 했는데 아무 정보도 없이 수업을 받아들인 자신이 밉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도 "극우세력이 어디까지 스며들었는지, 화나고 걱정된다"며 "아이들에게 역사를 왜곡해 세뇌시키려 했다는 점이 경악스럽다. 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라 늘봄에 참여하는데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외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연계해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도입했고, 올해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댓글 조작팀 운영 의혹을 받는 극우 성향 역사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강사를 파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리박스쿨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학부모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행복한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등은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학교가 민주주의와 올바른 역사,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는 공간이라고 믿어왔다"며 "방과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가 특정 단체의 왜곡된 이념 교육 통로로 악용됐다는 정황은 학부모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철저한 댓글 공작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의 삶과 가치관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여론을 조작한 주체와 지시 라인을 낱낱이 밝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 언론은 리박스쿨이 일명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공작팀을 운영했으며, 늘봄학교 강사 자격 발급을 유인책으로 활용해 팀원을 모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자격 연수 이수자 및 수강생 단체 대화방에서 댓글 공작 지시가 있었고, 연수 과정에도 극우 성향 한국사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서울교대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을 얻은 강사들이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에 실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교육부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육부와 별도로 늘봄 프로그램에 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교육적 공간인 학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교육 본질을 훼손한 사건으로 규정하겠다"며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해당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answer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