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라진다더니?”…인당 1억씩 내야 한다는 ‘이것’의 진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6-03 05:00:00

“재건축 대못 뽑혔다”…안전진단 대폭 완화에도 ‘싸늘’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안전진단’ 제도가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완화된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이 재건축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규제로 인해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시행…안전진단 없이 조합 설립 가능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시행된다.
핵심은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 단지는 주민 동의만 있으면 기존처럼 까다로운 안전진단 없이도 조합 설립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기존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 절차가 앞당겨진다.
명칭도 ‘안전진단’에서 ‘재건축진단’으로 바뀌며, 현지 조사 절차는 폐지된다.
다만 완전한 면제는 아니며,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는 반드시 재건축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 개편으로 평가 항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민공동시설, 지하 주차장, 녹지환경, 승강기 등 주거환경 항목이 강화됐고, 전체 평가에서 주거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보다 대폭 상승한 40%로 조정됐다.
이는 구조적 안전성보다 거주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춘 변화다.

◆동의율 완화에 사업 속도 ‘최대 3년’ 단축 기대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재건축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최대 3년까지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1일부터는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도 완화됐다.
조합 설립 동의율 기준이 종전 75%에서 70%로 낮아졌고, 토지 면적 확보 기준도 70% 이상이면 인가가 가능해졌다.
복리시설(상가)의 경우 소유자 동의율 요건이 절반에서 3분의 1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노원·도봉·강북구 등 노후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특히 그간 수억 원에 달하는 안전진단 비용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제도 변화는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공사비·부담금이 더 큰 장벽” 실망 섞인 목소리도 적지않아

현장 분위기는 정부 기대와 온도차를 보인다.
서울 및 수도권 노후 단지들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이유는 명확하다.
치솟는 공사비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재초환) 때문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2020년 100이었던 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70, 2023년 129.34로 매년 오르더니 2024년 3월 기준으로는 131.23까지 치솟았다.
재건축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사비 급등은 조합의 재정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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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재초환)의 현실화도 조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재초환은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이 넘는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23년 기준 부담금이 부과된 단지는 전국 68개 단지에 이르며,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은 약 1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들이 최근 준공 단계에 진입하면서, 실질적인 부담금 부과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 “제도 개선 긍정적이지만, 재초환 손질 없인 역부족”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편이 구조적인 병목 해소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정부가 진정한 재건축 활성화를 원한다면 이번 제도 완화에 그치지 않고 재초환 폐지 또는 합리적 조정, 금융 지원 확대, 공사비 통제 방안 등 후속 대책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도시정비 전문가는 “이번 안전진단 제도 개편은 재건축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구조적 장벽을 해소한 것으로, 재건축 사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노후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선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안전진단 간소화만으로는 재건축 활성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공사비 상승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여전히 남아 있는 구조적 제약이 조합의 사업성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