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①] 청년은 아직도 아프다…전세사기법에 구멍 '송송'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5 00:06:06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건수는 누적 2만9540건으로 조사됐다. 30세 이상~40세 미만은 49.15%(1만4519건), 20세 이상~30세 미만은 25.84%(7633건), 20세 미만은 0.01%(2건)로 집계됐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75%는 40세 미만인 것이다. /뉴시스

6월3일 조기 대선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이번 선거는 계엄에 따른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만큼 사회 변혁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팩트>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새 정부에 바라는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1. 30대 A 씨는 지난 2023년 3월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방 3개짜리 다가구주택을 2억원대에 전세 계약했다. 임대인은 A 씨에게 건물이 신축이고 선순위 대출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7월 해당 건물의 임의 경매가 개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전세사기 피해 인정 신청을 했으나 최근 두 번째 불인정 결과를 접했다. 검찰 송치 이전에는 피해자 인정 요건 4호를 충족하기 힘들고 비슷한 사례가 많아 안 된다는 등의 답변을 받았다. 다만 A 씨에 따르면 해당 임대인은 도주해 소재가 불분명하고 1년째 지명수배 상태라고 한다.

지난 2023년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만 3만명에 육박하는 등 전세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30대 청년층이라 이들에 대한 구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 임대인의 전세사기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등 특별법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건수는 누적 2만9540건으로 조사됐다. 30세 이상~40세 미만은 49.15%(1만4519건), 20세 이상~30세 미만은 25.84%(7633건), 20세 미만은 0.01%(2건)로 집계됐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75%는 40세 미만인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30대 청년층이라 이들에 대한 구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 임대인의 전세사기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등 특별법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새롬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전세사기피해자법은 지난 2023년 5월25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후 같은 해 6월1일부터 2년의 유효 기간을 두고 한시법으로 시행됐다. 지난달 1일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31일 일몰될 예정이었던 전세사기피해자법은 오는 2027년 5월31일까지 2년 연장됐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전세사기피해자법 제3조1항 4호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충족해야 할 요건 중 하나로 '임대인 등에 대한 수사 개시, 임대인 등의 기망, 반환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 취득·임대 등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구한다. 사실상 피해자가 스스로 임대인의 사기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세입자의 피해를 기준으로 인정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피해자의 요건 중 하나로 임대인이 세입자를 기망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돼야 하는데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형사처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줄 것인지 기준도 모호하다"며 "실제 속일 의도라는 것도 다양하다. 공인중개사가 중간에서 속인 경우들도 있어 세입자들의 피해는 양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서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은 뒤 해당 주택을 경·공매로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식을 두고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피해 구제가 여전히 미미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뉴시스

정부는 이 과정을 통해 정상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 경매차익을 보증금으로 전환해 임대료 부담없이 거주할 수 있게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최우선 변제금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5개 청년단체로 구성된 범청년행동은 '차기 정부가 우선 다뤄야 할 청년정책'으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에 있어 '세입자의 피해를 기준으로 삼아 피해자를 인정하도록 요건을 완화할 것과 '어떤 경우라도 최우선 변제금만큼은 구제를 보장하는 등 구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국토부는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도 피해자에게 현재 거주 중인 주택, 대체 공공임대주택, 피해자가 희망하는 지역 및 규모의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고 10년간 무상 거주할 수 있도록 재정으로 임대료를 지원한다"고 설명했지만,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보증금 일부라도 빨리 돌려받는 것'이란 입장이다.

피해 구제가 여전히 미미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등 영미법계 같은 경우 임대차 계약하는 것도 변호사가 입회해 계약서 자체를 꼼꼼하게 검토한다"며 "번거로움도 있고 예산 확보와 인력 등이 충원돼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해당 기능을 저렴하게 도입만 할 수 있다면 현재보다 낫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원적으로는 세입자들의 부동산 교육 같은 부분을 강화하는 등 인식의 변화도 있어야 한다"며 "국가나 지자체와 같이 공공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내용을 모르는 시민들에게 사전에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som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