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해 단행한 희토류 수출 규제가 세계 자동차 생산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5일 보도했다.
중국의 희토류 '봉쇄'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부품·완성차 업체의 공장 및 생산라인의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지난 5월 말, 일리노이주 시카고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가 6월 들어 재개했다.
생산 중단의 배경에는 희토류가 포함된 부품의 공급 차질이 있었다.
중국은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V) 모터 등 핵심 부품에 필수적인 자원이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7종의 희토류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수출 허가가 지연되고, 부품 공급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세리 하우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일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중국산 희토류는 수출 규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더욱 복잡해졌다"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부품이나 새로운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도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자동차부품산업협회(CLEPA)는 4일 "중국의 수출 규제로 일부 유럽 부품 제조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CLEPA에 따르면 중국이 4월부터 수출 규제를 시행한 이후 유럽 내 부품 업체들이 수백 건의 수출 허가를 신청했으나 이 중 약 25%만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장 및 생산라인의 추가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도 "중국이 수출 허가를 조속히 재개하지 않을 경우, 유럽과 미국의 1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희토류 관련 부품 재고는 6월 중순까지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 역시 긴장하고 있다.
도요타, 닛산 등이 가입한 미국자동차혁신협회(AAI)는 지난 5월 9일, 미국자동차부품산업협회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 정부의 대응이 없다면 수주 내 자동차 생산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도요타, 혼다 등 일본계 완성차 업체의 미국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혼다 미국법인 측은 "희토류를 사용하는 부품 제조사들과 재고 확보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각국은 중국의 희토류 '봉쇄'에 대응해 대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광물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근거로 대통령 긴급 권한 발동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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