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강화로 구조적 성차별 개선해야"
이 대통령,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강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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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 점수는 65.4점으로 2022년 66.2점보다 0.8점 떨어졌다. 여성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성평등 가치가 크게 퇴보했다며 차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 최우선 요구는 여가부의 실질적 기능 확대를 통한 국가 성평등 정책과 체계 강화다. /뉴시스 |
6월3일 조기 대선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이번 선거는 계엄에 따른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만큼 사회 변혁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팩트>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새 정부에 바라는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로 구조적 성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관행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여가부) 강화가 필수입니다."
성평등 실현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화두다. 곳곳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 젠더 폭력, 성역할 고정관념 등 각종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성평등 가치가 크게 퇴보했다며 차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 최우선 요구는 여가부의 실질적 기능 확대를 통한 국가 성평등 정책과 체계 강화다.
6일 여가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 점수는 65.4점으로 2022년 66.2점보다 0.8점 떨어졌다.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1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양성평등 의식 영역은 전년 대비 6.8점 감소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의사결정·고용·소득·교육·건강·돌봄·양성평등의식 7개 영역의 23개 세부 지표 점수를 종합해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100에 가까울수록 성평등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국가성평등지수의 하락을 두고 윤석열 정부 반여성 정책의 참혹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차별과 성희롱, 성폭력이 난무함에도 윤 정부는 차별이 없다고 선언하고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서 문제를 덮어버렸다"며 "이런 상황이 (점수 하락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다. 지난 2022년 10월 여가부의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겠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국회 회기 종료 등으로 자동 폐기됐다. 여가부는 논란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예산 삭감, 관련 부서 및 기관 부족 또는 통폐합 문제 등으로 사실상 '식물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여가부의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은 580억원 중 142억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의료비나 치료 회복 프로그램 △보호시설 및 주거 지원 △피해자 상담소 운영 △여성폭력 예방교육 및 홍보 등의 예산이 줄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고용노동부의 지원으로 여성단체 등에 위탁 운영되던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 12억1500만원도 지난해 전액 삭감됐다. 현재는 고용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전국 19곳 중 8곳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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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성평등 가치가 크게 퇴보했다며 차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 최우선 요구는 여가부의 실질적 기능 확대를 통한 국가 성평등 정책과 체계 강화다. /이동률 기자 |
여가부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성평등 관련 전담부서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성평등 전담 부서는 2019년 국방부와 교육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대검찰청, 경찰청에 신설됐다. 중앙행정기관 19부 3처 20청 중 8개의 기관에만 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2022년 10월 대구행복진흥원으로,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2023년 7월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으로 통합됐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지난해 6월 한국 정부의 여가부 폐지 시도를 지적했다. 유엔은 △여가부 폐지 조항 철회 및 여가부 기능 유지 △여가부의 효과적인 성주류화 노력을 위한 인적·기술적·재정적 지원 확충 △젠더 반영 통합 예산 프로세스 도입 및 여성 권리 증진 위한 예산 할당 등을 권고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국가 차원의 성평등 추진 체계를 회복시키고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성평등정치로 가는 페미니스트 공동행동(공동행동)'을 꾸렸다. 공동행동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로서 여가부 유지 및 강화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세부 과제로는 △여가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 △젠더와 일, 돌봄 관련 성평등 정책을 포괄하는 집행부처로서 역할 확대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 총괄 및 조정 기능 강화 △모든 정부부처와 기초단위 지자체에 성평등 전담 전문부서 설치 및 전문인력 강화△양성평등위원회, 성별영향평가위원회, 성인지에산위원회 등 기능 정상화 등을 들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성평등 부서 강화를 통해 그동안 후퇴한 성평등 이슈 의제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 수립과 진행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력이나 예산이 많아져야 한다"며 "정부가 책임있게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여가부 기능 강화를 첫 번째 개혁 과제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성평등을 단순히 하나의 부문이나 여성만의 의제로 여기지 않으면 좋겠다. 성평등을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 가치 지향으로 분명히 하고 그에 다가가는 정책을 펼치주길 바란다"며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여가부의 명칭을 성평등 부처로 바꾸고, 국회와 협력해 비동의 강간죄 도입, 페미니즘 사상 검증 등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민숙 조사관은 "실생활에서의 차별적인 태도와 언행, 실천에 완전히 무감각해지면 차별은 더욱 횡행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정당한 경제적인 보상, 평등한 기회 보장 등 여성을 포함해 모두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삶의 조건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내걸고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우리는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이지 여성만을 위해 정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성평등가족부라는 명칭이 적절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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