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우고 미사일도 잡고…한국 군함, 이제는 다 한다 [박수찬의 軍]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6-08 09:00:00

K방산이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을 적극 공략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과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 지대공미사일 등 한국군이 대량으로 사용하는 무기를 수출했던 것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무기’를 선보이려는 모양새다.

수출용으로 만든 레드백 보병전투차량을 호주가 채택한 것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수요를 반영한 무기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에선 중동과 중남미 지역 등을 겨냥한 K방산의 새로운 해상 무기들이 대거 선보였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참가자들이 HD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아 최신형 호위함 등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군함 크기를 키운다” 신형 호위함 소개

국내 양대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대양작전이 가능한 대형 전투함을 각각 제시했다.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에 실패한 원인으로 국산 호위함이 작다는 점이 지적된 것에 따른 조치다.

경쟁자였던 독일 TKMS A200과 일본 모가미급 호위함은 3500t 이상의 배수량을 지녔다.
반면 국산 대구급 호위함은 3100t이었다.
수출 시장에서 국산 대형 함정이 등장하게 된 이유다.

군함의 자동화가 강조되면서 관련 시스템을 탑재할 공간을 확보하고자 한 것도 함의 대형화로 이어진 이유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려면 그만한 공간을 군함에 마련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6500t급 수출형 고성능 호위함을 공개했다.
대공전과 대함전, 대잠수함전과 유·무인 복합체계 대응이 가능하다.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 능력과 스텔스 성능을 갖췄다.

150명이 탑승하며 전기+가스터빈 추진체계를 사용해 15노트(시속 54㎞) 속도로 1만3000㎞를 항해할 수 있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참가자들이 HD현대중공업 부스에 있는 최신형 호위함 등을 보고 있다. 부산=뉴스1

해당 함정은 HD현대중공업에서 대양작전용 호위함 사업의 표준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페루 수출형 호위함(3200∼3600t급)도 선보였다.
지난해 페루와 수출 계약을 맺은 호위함은 LIG넥스원에 만드는 다기능레이더(MFR)와 전자전체계를 통합한 마스트, 전투체계 등을 갖출 예정이다.


수직발사기(VLS) 24셀과 사거리 250㎞의 대함미사일 8발을 탑재한다.
전반적으로 필리핀 수출형보다 성능이 크게 높아진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외에도 미래형 통합전투체계와 고에너지레이저, 상선 분야 자율운항 기술 등을 적용한 미래 전투함 HCX-25도 선보였다.
HCX-25는 이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함교를 2명이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승무원은 AI로 각종 데이터를 인지하고, AI가 제시하는 대안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한화오션은 미래형 구축함과 최신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추가된 차세대 호위함을 공개했다.

8200t급 미래형 구축함은 레이더와 안테나 등 주요 전자장비와 무장을 함 내에 수납,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했다.

함수와 함미에는 76개의 수직발사기를 탑재, 함대공·함대함·함대지 미사일을 운용한다.

전기추진체계와 통합마스트 및 네트워크, 스마트 함교, 레이저 무기 등의 미래 기술이 적용된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참가자들이 HD현대중공업 부스에 있는 최신형 호위함 모형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뉴스1

국내 업체들이 수출 시장에 고성능 전투함을 선보이는 것은 중동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이란의 탄도·순항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걸프 국가들은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을 중시한다.

지상 방공을 위해 한국산 천궁-Ⅱ와 미국산 패트리엇(PAC-3),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을 구매했지만, 해안에 있는 석유시설을 보호하려면 강력한 대공방어력을 지닌 전투함을 바다에 투입해야 한다.

함 내 자동화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 능력을 모두 갖추려면, 다수의 첨단 장비와 요격무기를 탑재해야 하므로 군함의 크기는 대형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LIG넥스원은 한국 해군 SM-2 함대공미사일을 대체하는 국산 함대공미사일과 해궁 함대공미사일 등으로 구성된 해상 다층방공체계를 선보였다.

중동 지역에선 사우디 등에 수출된 천궁 지대공미사일이 기술적으로 검증되면서 해상 방공에 쓰이는 국산 유도무기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의 군함 플랫폼과 LIG넥스원의 임무장비를 결합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무기도 제안되고 있다.
외국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 비용은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들은 성능이 다소 낮더라도 구매 및 운영유지비가 다소 저렴하고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무기를 선호한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한화오션 부스에 최신형 호위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박수찬 기자

특히 K방산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남미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진다.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 수요에 맞춰 국내 업체들도 경제성을 앞세워 수출 경쟁력을 보강한 해양무기체계를 선보였다.

HD현대중공업은 수출용인 2300t·1500t·800t급 잠수함을 제시하고 있다.

세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중어뢰를 탑재하는 공통점이 있다.

2300t급 잠수함은 조종 및 운용 성능을 극대화하고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탑재한다.

1500t급은 경제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800t급은 연안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해외시장을 겨냥한 3000t·2000t급 잠수함과 미래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3600t급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해 디젤 잠수함 중 최고의 잠항지속 능력을 갖췄다.

2000t급 잠수함은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서 AIP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대를 제거해 경제성을 높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리튬전지를 사용해 7일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수출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원해경비함(OVP) 개념도. 한국 해군용 연안초계함의 근간이 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제공

◆한반도 연안 지킬 신형 함정 만든다

2030년대 이후 한반도 연안 지역에서 활동을 펼칠 무기체계도 공개됐다.

HD현대중공업은 해군이 현재 운용중인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을 대체할 1600t급 연안초계함을 제안했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1년간 개념설계를 진행했던 HD현대중공업은 해군에 복수의 디자인을 전달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과 페루에 원해경비함(OPV)을 수출한 바 있다.

OPV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초계하거나 테러를 비롯한 해상 범죄 및 재난 구호 등의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따라서 무장 수준도 함포나 기관포 등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 해군은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북한이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건조하는 등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크기가 작아도 중무장한 함정이 필수다.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이 수백t급 함정인데도 해성 대함미사일과 함포 등을 갖춘 이유다.

한국 해군 유도탄고속함에서 해성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HD현대중공업의 연안초계함은 함미 쪽에 한국형수직발사대(KLVS) 4셀을 탑재, 해궁 함대공미사일 16발을 수납할 수 있다.
무인수상정(USV)과 무인헬기 운용도 가능하다.

호위함 수준의 다기능레이더(MFR)를 갖춰 탐색 능력도 강화됐다.

다연장 함탑재자폭드론 발사대와 더불어 드론 공격을 저지할 드론 재머를 장착한다.

드론을 활용해서 적함을 무력화하고, 상대방의 드론 공격은 재머와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로 저지하게 된다.

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 자동화 시스템도 갖춘다.


함교는 항공기 조종석처럼 2명이 나란히 앉아서 통제를 하는 방식으로 스마트 함교로 구성된다.
기존보다 소요 인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2명이 항해·기관제어·방어전투·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AI를 이용해 전방에서 나타날 장애물을 회피하고, 다양한 해상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구현해 승무원들의 판단을 돕게 된다.

해상기동훈련에서 승조원이 대전함(FFG-II, 3100t) 실사격 훈련을 위해 함포탄을 장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함포 사격에 필요한 탄약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자동 급탄체계도 적용된다.
탄약을 빠르게 공급하면, 해상 교전 상황에서 적군보다 더 많은 포격을 감행할 수 있어 화력 측면에서 우위를 얻게 된다.

현재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탄약을 선체 하부에서 이송하고 급탄을 하는 과정을 자동화해서 인력과 소요 시간을 절감한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해상 실사격훈련에 쓰일 무인표적기와 AI 소모성 무인 협동전투기(CCA) 등을 선보였다.

무인표적기는 아음속 순항미사일을 모사하는 능력을 지녔다.

CCA는 유·무인전투기보다 앞서서 비행하며 기만·전자전·공격·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무인표적기를 소개했다.
대함미사일이 지니고 있는 시 스키밍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60분 이상 비행할 수 있어서 순항미사일이나 항공기 모사가 가능하다.
부산=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