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 대비 0.1%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소비 둔화와 자동차 산업의 치열한 가격 경쟁이 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보다 강력하고 정밀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CPI는 2월 -0.7%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한 이후 3월과 4월에 이어 5월까지도 각각 0.1%씩 하락했다.
반면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0.6% 상승하며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동월과 비교해 3.3% 하락하며 2023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는 로이터의 시장 예상치(-3.2%)보다 악화된 수치로, 중국 내 산업 전반의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 대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수요가 여전히 약하고, 자동차 산업 내 과도한 가격 경쟁이 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러한 경쟁이 기업의 수익성과 효율성을 훼손하면서도 가격을 더 낮추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 역시 소비자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업계에 과열된 가격 경쟁을 자제하라고 공식적으로 촉구해왔으며, 이구환신(以舊換新) 프로그램 등 소비 진작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의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물가 하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수출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을 해소하려면 중국이 내수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는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내수 회복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으며, 둥리쥔 국가통계국 수석 통계사 역시 "소비를 촉진하려면 더욱 강력하고 정밀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통화 완화 조치를 단행할지에 쏠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0bp(0.10%) 인하했고, 은행의 지급준비율도 50bp 낮추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섰다.
국영 매체인 중국증권보는 하반기 추가 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과 국채 매입 재개 여부를 점쳤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1월 이후 국채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한편, 이번 주 런던에서는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끄는 양국 무역 협상단 간 2차 회담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제네바에서 양측은 고율 관세를 크게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미국의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및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지연 등으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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