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아임 어 킹 나우(I‘m a king now).”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마저 집어삼킨 여자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은 두 손으로 왕관 모양을 만드는 우승 뒤풀이 이후 이렇게 말하며 포효했다.
말 그대로 적수가 없는 행보다.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끝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왕즈이(세계랭킹 2위)를 2-1(13-21 21-18 21-18)로 누르고 우승했다.
올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연달아 제패한 안세영은 전영오픈마저 정상에 오르며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전영오픈은 1899년 초대 대회를 시작, 126년 역사를 자랑한다.
배드민턴 대회 중 세계 최고 권위를 지녔다.
안세영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한국 선수로 우승한 적이 있다.
지난해엔 부상 여파로 4강에서 야마구치 아키네(일본)에게 졌는데, 2년 만에 다시 챔피언에 올랐다.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를 제압하고 4강에서 야마구치와 겨뤄 지난해 패배를 설욕한 안세영은 결승전 초반 고전했다.
야마구치와 4강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그는 한동안 하지 않은 테이핑을 하고 왕즈이를 상대했다.
게다가 경기를 앞두고 독감 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경기와 비교해서 민첩성이 떨어졌다.
1게임에 범실이 지속하며 졌다.
그러나 2게임부터 안세영은 불꽃 같은 투혼을 발휘했다.
특유의 끈질긴 수비력이 되살아났다.
6-6으로 맞선 상황에서 79차례 랠리 끝에 점수를 얻었다.
18-18로 맞섰을 때도 42차례 랠리 이후 강력한 스매시로 19-18 역전에 성공했다.
허벅지와 무릎 통증으로 어려움을 느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2게임을 21-18로 따냈다.
기세를 올린 안세영은 체력 싸움으로 이어진 3게임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왕즈이의 범실을 끌어냈다.
18-18로 맞선 가운데 왕즈이는 세 차례 연속 범실을 저질렀다.
결국 안세영이 1시간35분 사투 끝에 극적으로 뒤집기에 성공, 전영오픈을 품었다.
안세영은 100% 몸 상태가 아님에도 우승에 성공한 것에 “나를 믿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계속 하게 됐다”면서 “놀라운 경기다.
우승하게 돼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왕즈이를 향해서도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다음에도 좋은 경기를 해보자”고 격려하며 배드민턴 여왕다운 품격을 뽐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품으며 세계 최고수로 거듭난 그는 올해 실력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층 더 강해진 모습이다.
당분간 여자 배드민턴은 ‘안세영 천하’가 될 조짐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날 겹경사를 맞았다.
안세영 뿐 아니라 남자 복식의 서승재, 김원호(이상 삼성생명)도 인도네시아의 레오 롤리 카르나도, 바가스 마울라나와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2-0(21-19 21-19)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전영오픈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건 2012년 이용대, 정재성 이후 13년 만이자 통산 11번째다.
특히 이용대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는데 지도자로도 전영오픈 우승 감격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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