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4억 줬더니 MZ세대가 몰려왔다”…무슨 일?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1 05:00:00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 아닌 조직 내부의 세대교체 신호”
“젊은 인재층 이탈, 조직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30대까지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작 은행 입장에선 중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젊은 핵심 인력이 오히려 빠르게 조직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희망퇴직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진 젊은 세대의 특성도 퇴직자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시중은행들은 보통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 3억~4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희망퇴직을 받는다.
올해 역시 경기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으로 희망퇴직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오히려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예정보다 인원을 제한하거나 신청을 반려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를 30대 후반인 1986년생까지 확대하고 최종 퇴직 인원을 541명으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234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보다 66명 늘어난 429명을 확정했다.

KB국민은행은 647명이 희망퇴직을 택했다.
KB국민은행의 올해 희망퇴직자 중 가장 어린 연령은 1974년생이었다.
은행권에선 앞으로 희망퇴직 가능 연령을 더 낮추면 신청자 수는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들이 퇴직 연령을 낮추고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젊은 은행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떠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과거보다 해외 연수, 대학원 진학 등 젊은 인재를 위한 지원 제도가 축소되면서 이직이나 커리어 전환을 고려하는 직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조기 퇴직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인한 점포 축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용 인력 감축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4379개였던 5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2023년 말 3273개로 1106곳이 줄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도 크게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은 2만346명에서 1만5943명으로 △신한은행은 1만4183명에서 1만2931명으로 △하나은행은 1만5031명에서 1만1748명으로 줄었다.
우리은행도 1만5289명에서 1만3624명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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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 내부의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한다.

한 인사 전문가는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연령 하향은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젊은 인재들이 스스로 경력 설계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과 장기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맞물린 결과로,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권 전체의 인재 유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 젊은 인재층의 이탈은 조직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전략적인 인재 유지 및 육성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