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출 관리를 위해 현행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수가제 중심의 건강보험 체계가 과잉 의료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묶음 지불제도와 성과기반 보상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이 1차 의료 ‘주치의’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해야 건강보험에 대한 막대한 재정 지출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이런 내용의 KDI 포커스 ‘건강보험 지출 증가요인과 시사점’을 발간했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의원급 의료기관(동네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보다 가격 상승이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 의료 ‘주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권 연구위원이 건강보험 진료비의 지출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예상과 달리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동보다는 의료 서비스의 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보다 가격 상승이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권 연구위원은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6.7%를 가격 요인이 설명하고 있다”며 “수량 요인이 14.6%, 인구 요인이 8.6%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가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의 2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가 상승률이 다른 의료기관의 수가 상승률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상승률은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28.4%지만 동일 기간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상승률은 18.1%로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현행 행위별 수가제 지불 제도가 수가 상승과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 등을 유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이나 진료 강도를 줄일 유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 하나하나마다 항목별로 가격을 책정하여 진료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권 연구위원은 “예컨대 당뇨 환자가 병원에 찾아오면 진단과 약 처방, 행동 관리에 이르는 의료행위가 필요한데 현행제도에서는 행위별로 가격이 매겨져 있어서 환자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위별 수가제는 적극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만성 질환 등에 있어서는 예방과 관리에 이르는 전반적인 의료 컨설팅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묶음 지불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1차 의료 ‘주치의’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려면,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상담 서비스 전체에 포괄하는 보상을 제공하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권 위원은 “비용 효과성이 높은 예방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 지출 수준을 기준으로 수입을 결정하는) 양출제입 방식의 건강보험 재정 운영을 수입을 정하고 지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적극적인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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