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건희 피의자 입건 고심…알선수재 혐의 가능성더팩트 기사제공: 2025-05-02 18:12:02

검찰이 지난 30일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 윤석열 부부의 사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부부의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5) 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일교 전 간부가 전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대가성 금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되면서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박건욱 부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윤 전 대통령 부부 자택과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행정관 2명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이 전 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에 금품이 오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모(48) 씨가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 인삼주 등을 전 씨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실제 전달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 보도전문채널 YTN 인수 추진,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 통일교 관련 각종 청탁 의혹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가 전 씨에게 뇌물성 금품을 건네고, 금품이 김 여사에게 전달된 증거를 확보할 경우 김 여사를 피의자로 입건된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 씨만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을 뿐, 김 여사는 아직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신분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번에 압수수색한 3곳은 모두 김 여사와 관련돼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을 대상으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김 여사의 휴대전화 3대와 메모장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배우자로 민간인 신분인 김 여사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를 '알선수재'로 보고 있다.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받은 경우 적용된다.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임영무 기자

다만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추가로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가 확인돼야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영부인으로서 '공무수행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금품 수수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민간인이 돈을 받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실제 김 여사가 금품을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공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던 상황이라면 수수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김 여사가 민간인이기에 적용 가능한 혐의는 알선수재"라면서도 "그게 적용이 될지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청탁금지법 제8조는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배우자의 경우 처벌 규정이 없다.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의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검찰이 당장 김 여사의 뚜렷한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압수한 김 여사 휴대전화 3대 중 1대는 개통한 지 20일밖에 되지 않은 신형 아이폰이다. 나머지 2대는 코바나컨텐츠 전시공간에 비치한 기기로 실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휴대전화 3대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이들 기기에 금품을 받은 정황이 담겨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목걸이와 명품 가방, 인삼주 등 핵심 증거물도 대부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juy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