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로컬의 맛'이 뜬다…삼성동 장악한 지역맥주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4-10 16:10:51

"지역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맥주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맥주박람회(KIBEX 2025)'에서 만난 이화수 화수브루어리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의 미래는 로컬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맥주업체들도 양적 성장보다는 차별화된 캐릭터 확보가 생존의 최우선 조건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팬데믹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며 일부 업체들이 외부 투자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보다는 해당 도시와 동네의 재료와 정체성 등을 토대로 더디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러한 성장전략이 양조와 숙성 등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맥주의 슬로우 푸드라는 특성과도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많은 국내 맥주업체들도 '서울브루어리', '안동맥주', '원주브로이하우스', '동두천브루어리', '순천맥주' 등 자신들이 해당 지역의 대표 맥주임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경북 경주를 토대로 하는 화수브루어리도 '신라의미소', '황리단길 도펠복', '금관맥주' 등 지역성을 강조한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조승진 씨는 "코로나19 이후 수제맥주에 관심을 갖게 돼 지방 여행을 갔을 때 양조장 몇 군데를 방문하기도 했다"며 "지방 소재 맥주는 판매하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최대한 구매해 쟁여두고 오랫동안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주류 소비가 줄어들면서 집에서 직접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홈브루잉 기기 업체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었다.
가정용 수제맥주제조기 업체인 테라브루의 임근만 대표는 "캡슐커피처럼 맥즙을 기기에 넣으면 맥주가 양조되는 것"이라며 "22종의 맥즙으로 한 번에 8ℓ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최근 맥주시장이 좋진 않지만 홈브루잉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집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올해 행사에는 완제품 제조사 외에도 장비와 원재료 업체들이 박람회장 전면에 배치돼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효모 기업인 프랑스의 퍼멘티스(Fermentis)와 글로벌 원재료 국내 공급 파트너인 비전바이오켐이 맥주 양조에 필요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조수경 비전바이오켐 풍양발효연구소 부소장은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독일 바이어만 몰트(보리맥아)를 수입하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높은 품질과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업계에선 이미 정평이 난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수입 제품 외에 전북 군산·부안·김제·고창 지역의 맥주보리 농가를 중심으로 전북 군산시가 운영하는 군산맥아도 다양한 몰트 제품을 선보였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아직 선보이지 않은 다양한 미수입 해외 맥주들도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양조협회(BA)가 운영하고 미국 농무부(USATO)가 협력해 구성되는 미국 국가관에서는 8개의 미수입 맥주 양조장을 포함해 30여 양조장이 참가했고, 브라질, 필리핀 등 상대적으로 생소한 국가의 맥주들도 직접 시음해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처음으로 맥주, 장비 및 설비, 원재료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도슨트 투어도 도입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바이어에게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신제품 정보전달을, 참가사에게는 그들의 잠재고객을 주최사가 발굴해 직접 부스로 방문해 미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향후 피드백을 반영해 참가사의 비즈니스 확장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프로그램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맥주 박람회와 동시 개최되는 '드링크 서울(Drink Seoul 2025)'에선 맥주 외에도 전통주를 비롯해 다양한 발효주와 증류주 업체가 참가해 국내외 주류 산업의 트렌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올해는 최근의 다변화된 주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사케 제품을 선보인 부스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니혼슈 제품을 들고 참가한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주류 음용 인구가 줄어들고 고도수보다는 저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에 뛰어난 주질을 가지고 있는 사케가 높은 성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해 사케 제품군을 중심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IBEX는 맥주 재료와 양조 장비·설비 기업부터 양조장, 수입·도매사, 프랜차이즈, 서비스·교육·미디어 기업까지 산업 밸류체인의 모든 비즈니스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박람회다.
올해는 오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사흘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