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 규모 줄였지만…'대주주 책임' 논란 여전
삼성·LG 1분기 실적 선방…관세 변수에 2분기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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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화에어로 미래 비전 설명회를 열고 유상증자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황지향 기자]
◆ 유상증자 규모 1.3조원 축소…이복현 "주주 평가 중요"
-다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달 조 단위 유상증자 발표 이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한화 지분 자녀 증여와 정정신고서 제출 등 한화그룹 차원의 급박한 움직임이 있었네요.
-그렇습니다. 시기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에너지싱가폴,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총 7.3%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지분을 조 단위로 인수한 뒤 지난달 갑자기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승계 자금을 위해 회사 여윳돈을 사용하고, 사업 투자를 위한 돈은 주주에게 손을 벌린다는 지적입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금융감독원과 정치권도 나섰죠?
-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인 SNS를 통해 한화에어로를 언급하며 상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직접 나섰는데요. 김 회장은 같은 달 31일 본인이 보유한 ㈜한화 지분 절반인 11.32%를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유상증자라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증여세도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증여 카드까지 꺼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유상증자 축소 카드를 꺼냈네요.
-한화에어로는 지난 8일 아침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습니다. 같은 날 금감원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미래 비전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한화에어로는 제3자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해 대주주는 희생하고, 소액주주는 이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조달된 자금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 해외 방산 합작법인(JV) 설립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사용한 금액이 대주주가 참여하는 제3자 유상증자 형식으로 되돌아가게 된 셈입니다.
-조달하는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궁금한데요. 한화에어로가 제시한 구체적인 비전이 뭐죠?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조달된 자금 총 3조6000억원에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차입 등 7조5000억원을 해외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지상 방산 인프라 투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은 방위비를 늘리고 비유럽연합 국가는 수출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지금이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적기 투자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연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던 금감원과 요동치던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시장과 주주 평가가 중요하다"며 증권신고서가 새로 접수된 만큼 엄격한 심사 원칙을 갖고 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에어로 주가도 유상증자 발표 전 상태를 회복했습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여러 진통을 겪었으나, 김 회장의 전격적인 증여 발표와 금감원 정정신고서 제출 등 적극적인 논란 차단 전략이 일정 부분 통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논란이 잦아드는 모양새지만 어쨌든 '대주주 희생'이라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향후 주주 가치 제고에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맞습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유상증자 축소 조치와 관련해 일반주주는 할인율 15%를 적용받아 신주를 매수할 수 있어 배려를 받은 것은 맞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지분 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가 할인율 적용 이득보다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 이해 상충이 야기됐다는 지적입니다. 방산 부문에서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한화에어로가 책임감을 갖고 국가 발전과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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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1분기 나란히 시장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
◆ 삼성·LG전자, 나란히 1분기 실적 선방…2분기는 '안갯속' 왜?
-마지막으로 전자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겠는데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 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기 전에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잠정 실적을 발표해 왔는데요. 이번 1분기에는 LG전자가 지난 7일 먼저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은 22조7447억원, 영업이익은 1조2590억원으로 나타났는데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6년 연속 1조원을 웃돌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뒀네요?
-그렇습니다. 생활가전, TV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기업간거래(B2B), 구독 등 비하드웨어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원자재와 물류 비용 안정화, 글로벌 생산지 운영의 유연성 확보 등도 수익성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어땠나요?
-당초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두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전자도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지난 8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4% 증가한 79조원, 영업이익은 0.15% 감소한 6조6000억원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5조1000억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깜짝 실적'에 해당하죠.
-반도체 사정이 좋아졌나 보군요.
-D램 출하량도 일정 부분 선방하며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실질적인 효자는 '갤럭시S25' 시리즈였습니다. '갤럭시S25' 시리즈는 지난 2월 출시 후 '갤럭시' 중 최단기간 만에 국내 판매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흥행 조짐을 보였는데요. '갤럭시S25' 판매 호조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점쳐집니다.
-끝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실적을 전망해 주시죠.
-주력 사업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메모리 상승 사이클 진입에 따른 수급 개선과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데요. LG전자도 흔들림 없이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2분기 실적이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죠.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가 미치는 영향이 우려와 달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달리지는 등 워낙 불확실한 탓에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상호관세는 유예된 상태라고 들었는데, 아무쪼록 두 기업이 향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길 바랍니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