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43조…“MZ세대 ‘이것’으로 돈 번다고?”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4 05:00:00

국내 중고시장 규모 43조원 육박…빠르게 성장, 새로운 수출 모델
MZ세대에게 중고 거래, 단순 소비 아닌 수익 창출·자기표현 수단
희소성 있는 아이템 사고파는 행위, 소액 투자 활동으로 자리잡아

국내 중고시장 규모가 43조원에 육박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중고거래가 ‘역직구’의 새로운 수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산 중고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증가하면서 리커머스(중고거래) 산업이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아직 국내 정책적 지원은 미흡해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 2023년 26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리커머스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희소가치 있는 상품을 재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29억400만 달러(약 4조2500억원)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베이의 한국 신규 판매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이들의 매출도 60% 이상 뛰었다.

중고거래 플랫폼들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번개장터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과 협력을 확대하며 해외 판매 채널을 강화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판매대행업체를 통해 이베이 시스템과 연동해 개인이나 영세 판매자가 손쉽게 해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중고상품의 수출도 점차 늘고 있다.

문제는 ‘중고품 이중과세’라는 장벽이다.
중고거래는 개인 및 비사업자 간 거래가 주를 이루다 보니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등 매입 증빙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부가가치세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사례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중고 수출업자들은 일반 수출업자와 달리 매입세액 공제나 영세율(0% 세율) 적용을 받기 어렵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 따라 현재 부가세 의제매입세액 공제 대상은 재활용 폐자원과 중고차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200만원에 구입한 중고 한정판 운동화를 210만원에 판매할 경우 단순 계산으론 10만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매입 증빙이 없다면 약 19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은 중고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세를 최종 소비 단계에서만 부과하며, 일본은 세금계산서 없이도 거래 증명만으로 소비세 공제를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EU는 중고품에 대해 마진과세제도와 정률보상제도를 적용해 수출 부담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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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중고거래가 단순한 리사이클을 넘어 글로벌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역직구를 통해 한국의 중고상품이 해외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수출산업으로 전환할 결정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중고거래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수익 창출과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이미 소액 투자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수출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플랫폼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