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도 30년 더 산다…이젠 소비보다 ‘이것’이 먼저”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8 05:00:00

기대수명 늘면서 은퇴 후 대비 저축 증가…소비 감소 구조 고착화
전문가들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인구 변화의 결과”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가 한국인의 소비 성향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50~60대를 중심으로 저축이 늘고, 자연스럽게 소비는 위축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인구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3.0%에 머물렀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4.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52.1%에서 2023년 48.5%로 3.6%포인트 줄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은 76.3%에서 68.2%로 8.1%포인트 하락했다.

KDI는 이러한 소비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기대수명 증가를 지목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04년 77.8세에서 2023년 84.3세로 6.5세 늘어났다.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소비성향은 평균 0.48%포인트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지난 20년간 소비성향 하락폭의 86.1%인 3.1%포인트가 기대수명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1.9%포인트)와 60대(-2.0%포인트)의 소비성향 하락이 두드러졌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퇴직 후에도 긴 삶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소득을 가능한 한 저축으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는 소비 축소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GDP 대비 민간소비 비율이 2034년에는 46.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소비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소비의 회복이 아니라 경제 성장 둔화가 더 가팔라지는 데 따른 상대적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해 은퇴 시점 조정과 퇴직 후 재고용 활성화 등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소비 회복과 경제의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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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기대수명이 늘면서 은퇴 후를 대비한 저축이 늘고, 소비는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인구 변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소비성향이 평균 0.48%포인트 낮아졌다는 수치는 인구 구조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