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강국의 귀환<상>] 호황기 재도래…다시 뜨는 韓 조선업계더팩트 기사제공: 2025-05-05 00:06:04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총 150만CGT(표준선 환산톤수·58척)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82만CGT(17척)를 수주해 점유율 55%를 기록하며 중국(52만CGT, 31척·점유율 35%)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HD현대

업황, 글로벌 정책, 수주 환경 모두 우호적이다. 기능인력 부족에도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 수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장악해 나가고 있다. 다시 '조선강국' 타이틀을 굳히고 있는 조선업계의 현주소와 이면의 그늘을 살펴봤다. 나아가 한국 조선업을 견인하는 빅3 기업들의 전략과 과제를 조명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와 에너지 수요 전환 등으로 조선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LNG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기술력과 수익성을 겸비한 선종에 집중하며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고부가가치 중심 전략은 글로벌 발주 감소 속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5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총 150만CGT(표준선 환산톤수, 58척)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82만CGT(17척)를 수주해 점유율 55%를 기록하며 중국(52만CGT, 31척·점유율 35%)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척당 환산톤수는 4만8000CGT로 중국(1만7000CGT)보다 약 세 배 많아, 고부가 선종 중심의 수주 경쟁력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3월 수주 반등에 힘입어 1분기 누적 실적도 점유율 측면에서 회복세를 나타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신조선 수주는 209만CGT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건조량은 299만CGT로 7.3% 증가하며 생산 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은 3622만CGT로 약 3.3년치 일감이 확보돼 있으며, 이는 연초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 16% 이하로 떨어졌던 수주 점유율을 올해 1분기 26.8%까지 끌어올리며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은 전년 58.3%에서 48.8%로 하락해 점유율 격차가 좁혀졌다.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모두 1분기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 6조7717억원, 영업이익 8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 436.3% 증가하며 2019년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1231억원, 2586억원의 흑자를 냈다.

조선업 회복세는 실물 경제에도 반영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3월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조선 3사는 고사양 선종 수주를 기반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HD현대는 8400TEU급과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2척을 2조5354억원에 수주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고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셔틀탱커, 에탄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 18척을 약 26억달러에 수주해 연간 목표의 27%를 조기 달성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하면서 연간 2기 정도 FLNG 계약을 확보해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효율적 균형을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글로벌 선사들의 탈탄소화 전략 등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특히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은 노후선 비중이 높고, 환경 규제에 따른 교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조 발주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중연료 추진, 자율운항, 스마트십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조선업 회복세는 실물 경제에도 반영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3월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 운송장비' 부문은 15.9% 증가해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 제조업 재고도 전년 동월 대비 8.2% 감소하며 회복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물경제뿐 아니라 투자 시장에서도 조선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OL 조선 TOP3 플러스'는 상장 1년 2개월 만에 순자산 4163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162억원에 불과했던 자산은 25배 이상 급증했고, 최근 1년 개인 순매수 금액은 1748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47.13%로 코스피 지수를 크게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을 선점한 한국 조선업계는 질적 경쟁력에서 최상위 수준"이라며 "노후선 폐선과 신조 수요 전환 흐름이 맞물리며 향후 실적과 수주 동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