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력 부족, 고령화, 하청구조 문제 심각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 스마트야드·로봇 도입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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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호황기를 맞아 좋은 성적표를 얻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이면에는 인력난과 하청구조 문제 등의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멤브레인형 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
업황, 글로벌 정책, 수주 환경 모두 우호적이다. 기능인력 부족에도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 수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장악해 나가고 있다. 다시 '조선강국' 타이틀을 굳히고 있는 조선업계의 현주소와 이면의 그늘을 살펴봤다. 나아가 한국 조선업을 견인하는 빅3 기업들의 전략과 과제를 조명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글로벌 호황기를 맞은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실적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심각한 기능인력 부족과 고령화, 고착화된 하청구조 문제 등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 현장에서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스마트야드, 로봇 자동화 등의 혁신 기술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조선·해양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조선 업종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산업 평균(8.3%)과 비교하면 6.4% 높았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일거리는 넘치지만, 사람이 부족한 셈이다.
인력 미충원의 주된 사유는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아서(42.4%)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27.1%) △다른 사업체와의 극심한 인력 유치 경쟁(15.3%) 등으로 조사됐다. 구인인원 직종은 금속·재료 설치·정비·생산직(판금·용접·도장 등)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는 국내 조선업계는 연평균 1만2000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2027년에는 13만명가량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고령화도 문제다. 조선 분야 고용 인력의 평균연령은 44~45세로 추정되는데, 업체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의 40대 이상 고용인력 비중은 61%에 달한다. 젊은층의 유입이 매우 부족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인력난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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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미포가 2022년 인도한 1600TEU급 컨테이너선. /HD현대 |
국내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청구조는 이런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청과 하청 간의 임금 격차와 작업 환경의 차이가 크고, 하청의 기능인력 처우는 낮아 청년층이 기피하는 업종이 되고 있다.
실제 500인 이상 대형 조선업체는 비정규직 형태 고용 비중이 22.5%다. 2021년 대형 업체의 비정규직형태 고용 비중은 약 5.1%였으나 이듬해(2022년)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수주량 증가에 따른 신규 인력 운영 부담을 비정규직, 하청 확대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한 마찰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한화오션 하청지회는 현재 조선업이 호황이므로 불황기에 깎였던 상여금을 회복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사내협력사협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원청이 상여금 재원을 협력사에 주지 않는 한 협력사는 상여금 인상을 약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노조 측은 상여금 300%를 요구했다가 한 걸음 물러난 양보안까지 제시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지난 3월 15일부터 한화 본사 앞 철탑에서 상여금 회복, 상용직 확대 등 요구하면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업계는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와 스마트야드·로봇 자동화 도입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조선산업 이주노동자 증가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계의 이주노동자는 2021년 4500여명에서 2023년 1만8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현장의 모든 요소를 디지털화해 연결하고 관리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성을 확대하고, 작업 효율까지 극대화하는 스마트야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문 맞춤형 제작으로 대형 구조물을 건조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타 산업에 비해 자동화 수준이 더딘 편으로 현재는 기계화 반자동화로 기계·로봇과의 협동작업 수준의 스마트야드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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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
연결화·자율화·지능화 관점에서 5단계로 스마트야드 성숙도를 구분하고, 국내 10개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관련 수준 진단을 수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조선산업의 현 스마트야드 단계는 평균 '레벨2' 수준에 불과하다. 이 단계는 사람의 개입하에 데이터가 생성되고 유선 인터넷으로 사무 자동화 장치에 저장하며, 생산을 위해 전달된 데이터를 작업 현장 장치를 통해 작업자가 전달받아 해당 데이터를 기계에 로딩하거나 전달받은 지시에 따라 기계를 가동해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야드 구축은 생산 효율성 향상 및 인력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조선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가 중장기 로드맵을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R&D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