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래 전략에 '상수'…불확실성 확대 속 '시설 투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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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함과 급유함 유콘함 사업을 국내 최초로 수주하면서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월리 쉬라'호의 정비 후(위)와 정비 전 모습. /한화오션 |
업황, 글로벌 정책, 수주 환경 모두 우호적이다. 기능인력 부족에도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 수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장악해 나가고 있다. 다시 '조선강국' 타이틀을 굳히고 있는 조선업계의 현주소와 이면의 그늘을 살펴봤다. 나아가 한국 조선업을 견인하는 빅3 기업들의 전략과 과제를 조명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HD한국조선해양 12.7%. 한화오션 8.2%. 삼성중공업 4.9%.
올해 1분기 조선업계 빅3 영업이익률이다.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 2.9%에서 성장해 4분기 7.0%를 넘어 올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2월(188.36)보다 0.93포인트 하락한 187.43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3% 상승했으며, 2020년과 비교하면 45%나 상승했다.
1분기 글로벌 누계 수주는 중국과 한국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누계 수주 779만CGT(234척) 중 중국이 380CGT(139척)를, 한국이 209만CGT(40척)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빅3 업체가 호황기 속 이익을 극대화하고, 돌아올 불황기 추위를 견디려면 세심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조선업계 전략에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성공 이후 자연스레 미국이 '상수'가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선업이 쇠락한 미국은 우방국으로 시선을 돌린 상황이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인 지난해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성 장관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한국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했다. 글로벌 시장을 한중이 양분한 상황에서 우방국과 접촉한 셈이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스킨십이 더욱 많아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존 펠란 해군성 장관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을 찾았다. 트럼프 관세 정책 속 한국이 교섭에서 꺼낼 카드가 조선업 협력이라는 점은 기정사실화됐다.
빅3 중 가장 발 빠른 업체는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생각하고 교두보를 먼저 확보한 셈이다. 미국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이 자국에서 건조돼야 하고 자국민이 소유해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을 시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로 존스법 대응에 유리해진 셈이다. 지난해 미국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함과 급유함 유콘함 사업을 국내 최초로 수주하면서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향후 함정 신조 시장에 진입할 발판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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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와 헌팅턴 잉걸스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ea Air Space 2025)' 헌팅턴 잉걸스 전시관에서 선박 건조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D현대 |
이와 함께 한화는 지난해 무산됐던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지분 매수에도 나섰다. 오스탈은 미국 해군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다. 지난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40%, 60% 지분을 보유한 현지법인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는 현지 업체 협력을 돌파구로 삼았다. 최근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 잉걸스 조선소를 보유한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양사는 건조 비용 절감과 납기 개선 역량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공동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 집중에 대한 '신중론'도 고개를 든다. 조선업 재건을 추진하는 미국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협력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수익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HD현대가 한화와 달리 신중한 모양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하며 미국 해군 MRO 시장 진출과 관련해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적자 상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는 2018년 이후 6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도 적자를 유지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2분기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내실 다지기'는 필수다. 빅3 모두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방법은 시설투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부터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해 2023년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했다.
가상 공간에 현실 조선소를 3D로 구현해 대기시간을 줄이고 중복업무를 감소시켰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030년까지 2단계 연결·예측 최적화한 조선소와 3단계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만들 계획이다. 영업이익률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한화오션도 시설투자를 늘렸다. 오는 2027년 3월 말까지 부유식 도크 1기를 새롭게 도입하고, 같은 해 11월 말까지 6500톤급 초대형 해상 크레인을 신규로 들여온다.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과 효율성을 늘릴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조선업계 최초로 모든 선박 공정에 종이 도면을 없애고 3D 디지털 생산 도면을 전면 적용했다. 이에 선박 블록 구조와 기능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설계와 생산 사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졌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