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의상장사]화인베스틸②회삿돈 활용 '꼼수' 순환출자로 오너 지배력 강화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08 07:00:00

코스피 상장사 화인베스틸의 장인화 회장이 회삿돈을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동일스틸럭스 등 그룹사 지배력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화인베스틸은 지분투자 손실을 입는 등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인베스틸은 2023년 7월21일 '인포인'을 인수했다.
구주 4800주를 24억원(현금 15억원+화인베스틸 전환사채 9억원)에 사들였고, 85억원을 유상증자에 투입해 신주를 받았다.
총 109억원에 인포인 지분 53.17%를 확보한 것이다.

인포인은 화인베스틸에서 받은 85억원을 사업에 쓰지 않고 코스닥 상장사 '동일스틸럭스'의 지분 인수에 투입했다.
동일스틸럭스는 2023년 12월21일 인포인을 대상으로 46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증자 후 인포인은 동일스틸럭스의 지분 12.67%를 확보했다.
또 인포인은 동일스틸럭스에 40억원도 빌려줬다.
화인베스틸의 출자금이 모두 동일스틸럭스로 흘러간 것이다.

동일스틸럭스는 마봉강, 마사각강, 봉강 등을 생산해 자동차 및 기계장치 원자재를 공급하는 철강소재 제조 기업이다.
인포인은 3D 경량화 및 해상도 보존기술을 보유한 디지털트윈 기업이다.
두 회사의 사업적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인포인이 동일스틸럭스 지분을 인수한 이유는 지배구조 정점에 장인화 화인베스틸 회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일스틸럭스의 전신은 동일철강으로, 장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장 회장은 가족회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 총 38.8%의 동일스틸럭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화인베스틸 돈으로 동일스틸럭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기존에 동일스틸럭스가 화인베스틸 지분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장 회장→화인베스틸→인포인→동일스틸럭스→화인베스틸 구조가 됐다.
이렇게 되면서 장 회장이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동일스틸럭스에 대한 지배력은 38.8%에서 50.78%로 상승했다.

게다가 순환출자 구조에 따른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동일스틸럭스가 보유한 화인베스틸 지분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동일스틸럭스는 16.64%던 화인베스틸 지분율을 주식 장외매도 등을 통해 9.98%로 줄였다.

상법에 따르면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을 10% 넘게 가지고 있을 때, B회사가 가진 A회사 주식은 의결권은 없다.
동일스틸럭스가 화인베스틸 지분 16%를 계속 들고 있었다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화인베스틸의 돈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장 회장의 그룹사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됐지만 화인베스틸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화인베스틸은 인포인에 투자한 자금 중 51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인포인이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포인의 대규모 손실 원인 중 하나는 동일스틸럭스 지분가치 하락이다.
인포인은 지난해 동일스틸럭스의 평가손실로 20억원을 반영했다.
2023년 동일스틸럭스 주식을 주당 1842원에 취득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주가가 1000원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화인베스틸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