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업 이끄는 채동석 부회장, 역대급 위기에 속수무책
매각 대상 애경산업은 실적 부진, AK플라자는 적자 늪 못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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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그룹 2세 채동석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애경산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실적 악화로 제값을 받기 어려워졌다. 백화점 AK플라자의 적자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는 상황이다. 역대급 위기 속에서 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애경그룹 2세 채동석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유통사업이 전방위적인 위기에 처했다. 그룹 내 알짜인 줄 알았던 애경산업은 매물로 내놨지만 시장에서 제값 받기 어려운 상황이고 백화점 AK플라자의 적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역대급 위기 속에서 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만 커지는 분위기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그룹 모태인 애경산업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사업 재정비에 들어갔다. AK플라자 등 주력 계열사의 경영난에 이어 지난해 말 제주항공 참사까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급한 분위기 속에서 그룹은 가장 돈이 될 만한 애경산업을 선제적으로 팔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그간 '알짜'라고 여겼던 애경산업 실적이 올해 들어 고꾸라지고 시장에서도 사업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마저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현재 오너 2세인 채동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주로 판매하는 애경산업은 올해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511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63.3% 감소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2% 줄어든 45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88.4% 급감한 11억원에 그쳤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과 플랫폼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실적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반대로 가는 애경산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K-뷰티의 역대급 호황 속에서도 외연 확장에 실패한 애경산업을 놓고 시장의 혹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박종대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이 1분기)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중국 사업 정상화가 관건인 가운데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인해 당분간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 또한 "애경산업의 해외 화장품 매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80% 수준으로 중국 소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1분기 실적 부진 역시 중국 소비 침체 지속과 재고 부담 가중에 따른 것으로 애경산업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 여부는 중국 소비 경기 회복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중국향 화장품 수출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이미 수출 국가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반면 애경산업은 이같은 흐름에 뒤처지면서 경쟁력도 약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채 부회장은 지난해 애경산업으로부터 급여 11억원, 상여 6억6100만원 등 총 17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겨 이목을 끌었다. 이는 전년도 보수 대비 4.4%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애경산업 영업이익(468억원)은 전년 대비 24.4% 감소하는 등 부진했지만 대표이사인 채 부회장의 연봉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과거 채 부회장이 이끌었던 또 다른 유통 계열사 AK플라자도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며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백화점·쇼핑몰을 운영하는 AK플라자는 2013년 한때 매출액이 5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큰 백화점이었으나 지금은 반토막이 났다. AK플라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95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659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유통·부동산개발 사업을 맡아 온 채 부회장은 '애경백화점' 명칭을 'AK플라자'로 바꾸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채 부회장은 점포를 꾸준히 늘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채널로 키우겠다 공언했지만 현재 AK플라자는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명품 없는 백화점'이라는 콘셉트로 인해 백화점 만의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AK플라자는 재무적으로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알짜로 여겨왔던 채동석 부회장의 애경산업이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으면서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한 분위기"라며 "그룹의 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카드가 마땅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