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치·학대 받던 馬 '유니콘' 말 요양소에서 건강 회복더팩트 기사제공: 2025-05-09 10:24:02

소위 폐마목장에서 방치·학대 받다가 지난해 10월 발견된 말 '유니콘'이 장수목장 말 요양소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장수=박병립 기자

[더팩트ㅣ장수=박병립 기자] 초록 풀밭에서 윤기 도는 갈기를 한 갈색빛의 말 한마리가 당당히 걸어 왔다. 지난해 10월 소위 폐마목장에서 방치·학대 받던 말 '유니콘'이다. 한번에 봐도 유니콘이 건강과 안정을 되찾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폐마목장에서 총 16마리에 대한 방치·학대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구조해 15마리는 민간에 분양이 됐지만 유니콘은 상대적으로 노쇠한 이유 등으로 분양되지 못했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말 복지를 위해 유니콘을 장수목장으로 데려왔다. 이곳에 말 요양소가 있기 때문이다.

말 요양소는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같은 곳이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공간이다.

유니콘의 나이는 24세다. 김진갑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처장은 "보통 말 나이에 4를 곱하면 사람의 나이와 비슷하다"며 "사람으로 치면 약 90세 정도"라고 설명했다.

폐마목장에서 건강이 악화한 뒤 민간분양소에서 생사의 기로를 넘긴 유니콘은 이곳 장수목장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지난 3월 19일 장수목장으로 올 당시 몸무게가 450kg였는데 이제는 500kg로 체중도 늘었다.

유니콘이 취재진이 내민 먹이를 받아 먹고 있다. 유니콘은 장수목장 말 요양소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한 듯 보였다. /장수=공동취재단

인간과의 교감 능력이 뛰어나서 일까, 유니콘은 그동안의 방치·학대에서 평안을 찾은듯했고 취재진도 반겼다. 먹이를 손에 올려 내미니 이내 고개를 울타리 쪽으로 돌려 먹이를 받아 먹었다.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는 취재진의 손길도 거부하지 않았다.

농림식품축산부는 말 복지를 위해 말 요양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2029년까지 말 요양소를 도별로 한곳씩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말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말 사육시설의 학대·방치 행위 등으로 인해 격리가 필요한 경우 신고접수, 구호·재활 등을 지원하는 말 보호모니터링센터를 운영해 학대 말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말산업 육성법 제정 및 육성 정책 시행 등으로 생산 분야, 산업 분야, 국민 수요 분야 등 전반적인 산업 규모는 성장해오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말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말 학대 사례 등이 일부 발생하고 있고,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말 복지 수준 향상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내 말 두수는 2020년 2만6525두에서 2024년 2만7521, 같은 기간 말 관련 사업체는 2513개에서 2668개로 증가했다. 승마체험 인원도 2020년 45만5000명에서 2024년 52만1000명으로 늘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복지 제고 대책'도 내놨다. 안 축산정책관은 "말 복지 증진을 위해 최초로 마련한 대책을 통해 말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 생애주기에 걸친 말 복지 수준의 향상과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말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ib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