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분기 역성장 '세계 최하위권'…주요 IB, 한달새 눈높이 0.6%P 낮췄다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11 13:30:00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역성장 성적표'가 세계 주요국 대비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전망은 1% 성장조차 힘들 것이란 관측을 포함,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모습이다.
소비와 투자 부진에 따른 내수 위축에 미국 관세 인상 충격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 역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246%다.
현재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19개국 중 18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해 있고, 비OECD 국가 1곳은 중국이다.
1분기 성장률 1위는 아일랜드(3.219%)가 차지했다.
이어 중국(1.2%), 인도네시아(1.124%)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GDP)가 비슷한 스페인도 0.568% 성장률로 4위를 기록했다.

캐나다(0.4%), 이탈리아(0.26%), 독일(0.211%), 프랑스(0.127%)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큰 주요국 역시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자국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미국 역시 역성장(-0.069%) 정도가 한국 대비 미미했다.
아직 1분기 공식 성장률이 집계되지 않은 일본과 영국 역시 우리나라보다 나쁠 가능성은 적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주요 기관의 국가별 성장률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1분기 일본과 영국의 성장률은 각각 -0.1%, 0.6%로 관측됐다.

한국은 네 분기째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지난해 2분기(-0.228%) 32위로 추락한 데 이어, 3분기(0.1%)에도 26위에 그쳤다.
소비와 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못한 상황에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역시 0.066% 성장에 그치며 29위로 밀려났다.
올해 1분기엔 아직 한은 조사 대상 37개국 성장률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장에선 민간 소비와 건설을 비롯한 기업 투자 부진에 따른 내수 위축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꼽았다.
가계부채와 절대 물가 수준이 높아 위축된 소비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건설 역시 부동산 경기 하강과 고금리 등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미국발 관세 충격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내우외환 상황에 직면했단 진단이다.

올해 1분기 세계 주요국 최하위권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전망 역시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8%에 그쳤다.
지난 3월 말 평균 1.4%에서 한 달 사이 0.6%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노무라와 UBS는 각각 1.0%, 바클리는 0.9%,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0.8%, 골드만삭스와 HSBC는 각각 0.7%, 씨티는 0.6%, JP모건은 0.5%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전망치(1.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새로 제시했다.
씨티와 HSBC도 전망치를 단숨에 반토막 냈다.
전체 8곳 중 6곳이 1% 미만 성장을 예상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리더십 공백으로 미국 정부 상대 통상 협의도 차질을 빚으면서 저성장 우려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내년 경제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IB 8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 말 평균 1.8%에서 4월 말 평균 1.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국내외 기관으로 시야를 넓혀봐도 분위기는 유사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42개 국내외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31% 수준이다.
지난달 10일 조사 결과(1.41%)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다.
한 달 새 0%대 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은 7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
씨티, JP모건 등 주요 IB 외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캐피털이코노믹스(0.9%) 등도 0%대 성장을 예상했다.

한은 역시 오는 29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역성장 효과뿐 아니라 현재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 전망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며 "(최종금리 등) 상황은 성장률 전망에 따라 많이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