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출·기아 멕시코 생산 감소
HMGMA 가동 본격화, 현지 조달 확대
관세 완화 쿼터 협상 여지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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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도매 판매량은 각각 35만3000대, 27만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4.5%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에서는 부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 공장에서 총 35만7000대를 생산해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국내 생산은 5.7%, 수출은 11.6% 줄었다. /AP·뉴시스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강화 조치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영향권에 진입한 모습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는 아직 견조하지만, 생산과 수출 지표에는 관세 여파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도매 판매량은 각각 35만3000대, 27만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4.5% 증가했다. 미국이 지난달 3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아직 판매 실적에는 뚜렷한 타격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생산에서는 부정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 공장에서 총 35만7000대를 생산해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국내 생산은 5.7%, 수출은 11.6% 줄었다. 기아는 전체 생산량이 2.9% 증가했지만, 멕시코 공장의 생산은 3.8%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가격을 동결하되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고 언급했다.
단기적인 가격 전략과 함께 구조적인 대응책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 및 부품 품목 관세로 인한 구체적인 수익성 영향은 아직 산출이 어렵다"면서도 "외부 변수에 의존하기보다는 비용·공급 효율화와 내부 역량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관세 대응 전략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생산·판매 최적화 전략, 투자 우선순위 조정, 운영비용(OPEX) 및 자본지출(CAPEX) 컨틴전시 플랜 등을 마련해 전사적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앨라배마 공장과 신규 가동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의 생산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부품 소싱 및 물류의 미국 현지화 전략도 병행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 1∼4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총 13만7612대를 출하해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관세가 본격 적용된 4월 한 달간 출하량은 3만9925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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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은 오는 7월 8일까지 통화 정책,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등 4개 분야를 놓고 본격적인 통상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아 EV4, 콘셉트 EV2, PV5 라인업. /기아 |
기아도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물량을 우선 내수로 돌리고, 정책 및 시장 변화에 맞춰 인센티브 조정과 가격 전략을 신속히 운영할 방침"이라며 "관세 이슈를 체질 강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2분기에는 관세 회피 심리에 따른 일시적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수요 둔화 가능성도 존재해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는 관세 여파로 4∼5월 영업이익이 약 1조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으며, 비용 절감과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병행해 대응할 방침이다. 포드는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해 멕시코산 일부 모델의 현지 판매가를 최대 2000달러(약 28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오는 7월 8일까지 통화 정책,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등 4개 분야를 놓고 본격적인 통상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협상이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대미 수출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 완화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앞서 영국과 한 달여간의 협상을 통해 영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품목별 25% 관세를 연간 10만대 한도 내에서 10%로 낮추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신 영국은 에탄올·농산물·기계류 등 미국산 수입 확대를 수용했다. 향후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도 영국 사례처럼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한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수출 물량이 영국보다 많은 만큼 협상 구조가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일정 물량에 한해 관세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