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등급전망 하락…자본조달 여건 악화
매각에 집중하는 '사모펀드' 문제도 부각…규제 목소리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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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손해보험의 콜옵션 사태와 관련해 단기 차익 실현에만 집중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손해보험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제지로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확대되고 있다. 콜옵션 행사 연기로 인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전망이 하락하면서 자본조달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무건전성 저하에 따라 회사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회사 매각을 통한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는 JKL파트너스의 전략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등급(IFSR)과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각 'A', 'A-', 'BBB+'로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 보고서에서 한기평은 "롯데손보의 자본 관리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도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이익이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는 점, 투자손실이 증가하고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2일 9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상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콜옵션 행사를 시도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K-ICS)비율이 150% 이하로 낮기 때문에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K-ICS 비율은 현행 보험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는 킥스 비율이 150%가 넘어야 가능하다. 롯데손보의 작년 말 킥스 비율은 154.6%이지만 예외 모형을 적용한 수치이며,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에 대한 경과조치 후 K-ICS비율은 127.4%에 불과하다. 금감원이 콜옵션 행사를 강행한 롯데손보에 대해 법적 조치를 고려한다고 엄포하자, 롯데손보는 콜옵션 행사를 철회했다.
문제는 이번 콜옵션 행사 문제로 인해 채권시장에서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자본조달이 어려졌다는 데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손보를 제외하고 올해 보험사 5곳이 총 59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다음 달과 9월 각각 150억원과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가 예정돼 있고 7월 흥국화재(400억원), 8월 신한라이프(3000억원), 11월 메리츠화재(1050억원) 등도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 보험사 중 K-ICS 비율이 낮으면 콜옵션 행사가 어려워지게 된다. 무·저해지 보험 경과 조치 시행 이후 기준으로 K-ICS비율이 150%대인 보험사는 △롯데손보 154.59% △푸본현대 157.3% △KDB생명 158.24% △현대해상 157% 등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는 일반적으로 10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콜옵션이 붙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는 5년물로 인식돼 왔는데, K-ICS비율 문제로 조기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불완전판매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면서 "결국 금융당국의 제재가 현실화되면 장기적으로 보험업계 전반에서 후순위채 발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차익만 노리는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빅튜라 유한회사(지분율 77.04%)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운용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롯데손보를 3700억원에 인수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인수한 기업의 성장보다는 높은 가격에 기업을 매각해 단기 수익의 극대를 추진한다. 이번 사태도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추가 자금 투입 없이 기업 매각에 집중해 일어난 사태라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K-ICS비율 문제가 있더라도 콜옵션 행사를 강행한 것은 결국 상환을 못했을 경우 신용등급 하락을 막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방어해 향후 매각에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대주주가 추가 자금을 투입해 K-ICS비율을 끌어올린 뒤 콜옵션을 행사했겠지만, 매각시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입장에선 어려운 선택이다"고 설명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금융감독당국이 적극 개입해 사실상 '관치금융'이 이루어지는 국가인데 '감히' 금감원의 권고에 반기를 들 수 있는 판단은 일반적인 금융사라면 하기 어렵다"면서 "사모펀드가 대주주이기에 차익 실현이 우선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최근 대형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롯데손보가 다른 보험사와 달리 재무적 투자자로 지배구조가 구성돼 단기적인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슈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 발생 후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GP) 30곳의 조직도와 내부통제 자료를 확보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나 미공개 정보의 유출 위험을 점검하고 금융위원회가 진행하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 작업에도 함께 관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롯데손보는 콜옵션 사태 해결을 위해 자본확충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후순위채 상환 관련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중도상환을 검토했지만 금감원과 논의한 뒤 중도상환 보류를 결정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자본확충을 실행해 중도 상환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