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관세 관련 한미 국장급 기술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명시된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표단 소속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2차기술협의에서 미국은 처음으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명시된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라며 "우리 측은 이에 기존 입장을 기반으로 대응했고, 향후 관계 부처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정밀한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이 보고서에는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쌀 수입 규제, 정밀지도 반출 제한, 수입차 배출가스 기준, 약가 산정 방식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사안은 올해 새로 나온 것이 아니라 수년간 반복 제기된 내용이며, 이번 협의에서 미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테이블에 올린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를 협상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관세 장벽 해소는 물론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방안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상업적 고려' 항목에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 상품을 얼마나 더 구매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대표단은 25% 상호관세뿐 아니라 철강·자동차 등 기존 품목별 관세, 나아가 향후 부과될 수 있는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에 대한 전면 면제를 요구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며, 다른 국가와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이 관계자는 "FTA 체결 이후 많은 품목의 관세가 철폐됐고, 원산지 기준도 이미 합의된 상황"이라며 "FTA 틀 내에서 충분히 논의할 기반이 마련돼 있는 만큼, 미국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차 기술협의는 분야별 소그룹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 측은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기획재정부 등 20여 명이, 미국 측은 USTR과 에너지부·상무부·국토안보부 등 5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
기재부는 통화·금융 논의는 없었지만 전체 협의 흐름 파악 차원에서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등 민감한 금융 이슈는 이번 협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18개국과 병렬적으로 기술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7월 8일을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 협상 타결 목표 시한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선 직후 정부가 교체되는 한국의 상황을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며 "협상 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한 유예는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할 정치적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2차 기술협의는 한미 간 본격적인 협상의 출발점이 됐다"며 "다음 협의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지침을 받아 미국과 일정을 조율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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