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차이나 청산…카카오, 본사 주도 중국 직접 사업 모두 정리
업계 "카카오, 중국 시장 포기"…현지 재진출은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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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가 지난달 2일 중국 현지 법인 'DK 차이나' 청산을 완료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카카오가 중국 현지 법인 'DK 차이나(DK China)'를 청산하며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철수했다. 모바일게임 퍼블리싱과 포털 서비스 운영 등 복수의 진출 시도가 있었지만, 외산 게임 콘텐츠 및 포털에 대한 통제 강화로 실질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업계는 이번 철수를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 재편 흐름과 AI 중심 체제 전환 기조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게시된 카카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2일 중국 현지 법인 DK 차이나의 청산을 완료했다. DK 차이나는 '다음카카오차이나'의 준말로, 지난 2012년 '다음서비스차이나'로 설립된 후, 2015년 카카오의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였다.
DK 차이나는 설립 초기 모바일게임 퍼블리싱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부상하던 중국에 진출해 퍼블리싱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약 50명 규모의 조직을 꾸렸고, 국내 게임 개발사와 중국 앱 마켓 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K-POP 리듬게임인 '슈퍼스타 SMTOWN' 현지 출시, 통합 SDK(Software Development Kit) 개발 등 다양한 시도도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는 판호 취득 실패와 유통 구조 적응의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판호(유통 허가)가 필요하지만, 발급 과정이 불투명하고 진입 장벽도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외산 게임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하고 판호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 기준이 불투명하고, 심사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얻는 수익 대부분을 현지 퍼블리셔가 가져가는 구조라서 실익이 낮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 영향으로 국내 게임업계는 2020년 12월까지 약 4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다. DK 차이나가 퍼블리싱한 게임도 슈퍼스타 SMTOWN 1종에 그쳤으며, 이후 추가 라인업 확보에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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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는 현재 AI 등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왼쪽)와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
퍼블리싱 사업이 멈춘 뒤 DK 차이나는 포털 '다음(Daum)'의 백오피스 업무를 맡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다음 내 쇼핑하우 상품 데이터 분류·가격 매칭, 장소 정보 검수, 콘텐츠 모니터링 등 운영 지원 업무에 현지 인력을 채용해 왔지만, 이마저도 2019년 1월 중국 당국이 다음 접속을 차단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2018년에는 DK 차이나 매출이 약 4억9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다음 접속이 차단된 2019년부터는 수백만원대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도 중국 내에서는 다음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결국 게임과 포털 모두 좌초되면서 DK 차이나는 실질적 활동 없이 운영만 이어지는 상태가 됐다. 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해, 10년 운영 기간 중 2017년과 2019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순손실을 기록했다. 청산 직전인 올해 1분기에도 약 71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카카오는 DK 차이나 청산을 마지막으로 본사 주도의 중국 직접 사업을 모두 정리하게 됐다.
업계는 카카오가 사실상 중국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중화권에서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해왔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프렌즈'의 중국, 홍콩 사업을 담당하던 '카카오 IX 차이나'와 '카카오 IX 홍콩'을 차례로 정리했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계열사 만이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DK 차이나는 규모가 크지 않은 조직이었고, 다음 서비스 운영을 지원하던 회사였다"며 "중국 내 법인 운영 어려움과 중국 사업 확장 불확실성 등으로 청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실패가 단순히 규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퍼블리셔로서의 역량이 부족했고, 게임이든 포털이든 현지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실행력이 부족했다"며 "카카오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 전반이 외부 퍼블리셔에 의존한 채 중국 시장에 접근했다. 독자적 퍼블리싱 역량을 키우지 못한 것이 본질적인 한계였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카오는 AI 등 기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 진출 역시 규제 리스크가 낮은 일본·동남아 중심으로 이어가는 흐름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중국의 현지 시장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 사업 확대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카카오의 중국 재진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ohyu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