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원자로 SW, 韓 유출 시도”… ‘민감국가’ 지정 발단된 듯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18 19:00:00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보안문제” 원인 지목
“도급업체 직원, 정보 유출 적발”
美 당국 감사 보고서서 드러나
조지프 윤 美대사대리 “큰 일 아냐”
정부, 내달 발효 앞두고 철회 총력
책임론 놓고 공세 수위 낮춘 여야
정부가 동맹 신뢰 깨” “선동 말라”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이 보안 문제에 따른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민감국가 지정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확인된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의 의회 제출용 2023년 10월부터 2024년 5월까지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contractor employee)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가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이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한 정보는 INL이 소유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로 특허 정보에 해당한다고 감사관실은 보고서에서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직원의 정부 이메일과 메신저 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 직원이 해당 정보가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직원과 ‘외국정부’ 간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관실은 어떤 소통이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는 원자로의 설계, 분석 및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특수한 컴퓨팅 도구로 민간 및 군사 분야의 핵기술 응용에 활용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앞서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한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례를 여러 보안 규정 위반 사례들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외교부에 한국 연구원들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등에 출장이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명단에 포함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프 윤(사진) 주한 미국대사대리도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 한미 관계의 발전 방향’ 제하 좌담회에서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된 것이 유감”이라며 “큰일이 아니다(It is not a big deal)”라고 밝혔다.
그는 “민감국가 리스트라는 건 오로지 에너지부의 연구소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에너지부 산하에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등 여러 연구소가 있고 작년의 경우 2000명이 넘는 한국 학생, 연구원, 공무원 등이 민감한 자료가 있는 연구실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민감한 정보는 실험실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며 “연구하기 위해 이곳(실험실)에 가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일부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이 명단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연구소 보안 차원의 내부 조정이며, 인공지능(AI) 및 바이오 기술 분야를 포함한 한미 간 협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정부는 민감국가 명단이 다음달 15일 발효하기 전에 한국을 명단에서 빼기 위해 외교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가 총출동할 전망이다.
다만, 과기부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협력 중인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보안 관련 문제를 일으켰는지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에너지부가 언급한 ‘보안이슈’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서 민감국가 지정 원인이 여권의 핵무장론 확산에 있다고 주장하며 집중공세를 편 더불어민주당은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 유출 시도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지자 다소 공세 수위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동맹의 신뢰를 스스로 깨뜨려온 것은 바로 윤석열정권과 여당인 국민의힘”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근거 없는 선동정치를 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에 따르면 민감국가 지정 이유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핵무장론이 아닌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문제 때문이라고 하니 정부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송은아·정지혜·박지원·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