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반전 드라마' 트럼프, 中 125% 관세폭탄…다른 나라는 90일 유예(종합)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4-10 04:52: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올리고 다른 나라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했다.
이날 자정 직후 상호관세를 전면 발효한 뒤 약 13시간 만이다.
이번 상호관세 전격 유예는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폭격으로 인한 증시 급락,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대미 보복을 선언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 올려 미·중 관세 전쟁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중국은 세계 시장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125%로 올리고 즉시 발효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고 국가별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에 접촉한 국가가 75개가 넘는다며 "이들 국가에 90일간 (상호관세) 유예를 승인하고 이 기간 동안 상호관세율을 상당히 낮춘 10%로 조정하는 조치를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과 통상, 무역장벽, 관세, 환율 조작, 비금전적(비관세) 관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연락해 왔다"면서 "이들 국가는 나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미국에 어떤 형태의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런 협력에 감사한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전 세계 모든 교역국에 '10%＋α'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일 10%의 기본관세를 먼저 발효한 뒤, 9일 자정 직후부터는 국가별 무역장벽을 감안해 '＋α'의 추가 징벌적 관세를 발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전면 발효 13시간여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기본관세 10%를 제외한 '＋α'의 관세는 석 달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전면 발효 13시간여 만에 중국과 다른 나라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관세 정책 카드를 뽑아든 건,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맞불관세'를 놓으며 당초 예상보다 강경 대응하자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 관세 전쟁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은 당초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는데 중국이 맞대응하자 1차 재보복 조치로 50%, 2차 재보복 조치로 2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이날 트럼프 2기 집권 후 대중 추가 관세율을 총 125%로 높였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을 우선하라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미국 내 비판 여론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선을 중국으로 좁히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며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퇴로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 유예 이유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며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좀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뿐 아니라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까지 대거 팔아치우며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금리가 뛰고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다만 관세 협상 총괄로 기용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증시 폭락이 관세 유예 배경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격 유예 조치 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각국에 대한 해법은 맞춤형일텐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해 90일 유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