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충격으로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유예했던 상호 관세 부과를 재개할 경우 파급 효과로 세계 상품 무역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대치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O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무역 전망 및 통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이 0.2% 감소해 역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4일까지 관세 정책을 반영한 수치로, 지난해 10월 제시한 전망치(3.0% 증가) 대비 크게 후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등 무역 상대국들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이후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중국과 보복관세 공방전을 이어가며 대중 관세율은 145%까지 치솟았다.
특히 WTO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일시 중단한 상호관세를 전면 재도입할 경우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은 0.6%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무역 정책 불확실성 확산으로 0.8%포인트가 추가 감소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영향을 합치면 총 1.5%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교역 감소다.
이어 "최근 무역 정책 변화는 전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전망치는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TO의 주요 전망은 미국 무역 관계의 불확실성만 반영하고 있다.
만약 그 불확실성이 전 세계로 확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 기업이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제품 가격이 인상돼 수요가 약해진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국가에서 고객을 찾으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유럽연합(EU) 등 교역 상대국이 중국 상품의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무역 갈등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WTO는 올해 중국의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이 4~9%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일부 핵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제3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섬유 등 소수 품목에 무역이 집중된 수출 지향적 최빈개도국(LDC)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WTO는 올해 세계 상업 서비스 무역 성장률 전망치는 5.1%에서 4%로, 내년은 4.8%에서 4.1%로 낮췄다.
무역 갈등이 아직 서비스 무역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갈등이 확산할 경우 이 같은 둔화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확실성이 확대되면 여행 및 투자 관련 서비스 지출도 위축될 수 있다.
오사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긴장이 상품 무역을 넘어 서비스 무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WTO는 2026년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5%로 소폭 하향하며 내년에는 세계 무역이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장 큰 우려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갈등을 포함해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중 간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분열을 초래해 양극화된 두 블록으로 세계가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7% 축소될 수 있고 이는 상당히 중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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