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을 던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돌연 90일간 관세 유예로 입장을 바꾼 것은 국채 금리 급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이 채권에 집중돼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신의 재산 가치하락을 우려해 이러한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채권투자액이 1억2500만달러(약 1780억원)에서 4억4300만달러(약 6310억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의 금융 자산이 2억600만달러(약 2934억원)에서 6억2000만달러(약 8831억원) 상당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해도 채권 비율이 약 60%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주식 투자 비율은 10% 미만이다.
이에 대해 NYT는 채권의 최소가치와 주식의 최대가치를 비교하는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를 사용하더라도 트럼프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보다 채권을 2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등 미 기업 회사채를 1800만달러(약 256억원)에서 7500만달러(약 1068억원), 미국 국채는 900만달러(약 128억원)에서 4200만달러(약 598억원)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채는 전체 채권 보유액의 80%가량에 이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이 관세 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각계의 압박과 주식시장 폭락에도 꿈쩍하지 않던 그가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미국 내 다른 채권들의 기준금리 같은 역할을 해 국채 수익률이 등락할 때 다른 채권들의 수익률도 그와 비슷하게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유예 발표 후 떨어졌던 채권 가격이 다시 상승하자 "지금 채권시장은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재정 때문에 관세 유예를 결정했다는 정황은 없고, 포트폴리오 구성 또한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벌어진 사건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익과 정치적 이익이 뒤얽혀있다는 점, 즉 자기 재산을 통제할 수 없는 곳에 백지위임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지난해 공개 이후 다소 변동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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