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달려 21㎞ 2시간40분 만에 완주… 세계 첫 로봇 하프마라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0 20:06:41

中 ‘로봇굴기’ 과시
21대 출전… 좌·우회전·경사로도 ‘척척’
‘톈궁’ 평균 시속 8∼10㎞ 질주 우승
일부 고꾸라지고 주저앉아
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새 이정표
미국 따돌리고 시장 선점 성공 평가
2025년 글로벌 생산량 절반 이상 차지 전망

19일 중국 베이징시 남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난하이쯔공원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9000여명의 주자보다는 ‘21대’의 참가자에 눈길이 쏠렸다.
중국의 로봇 개발업체들이 출전시킨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마라톤 대회가 세계 최초로 열린 현장. 내·외신 취재진도 수백명에 달해 중국 안팎의 높은 관심이 드러났다.

결승선 골인 1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시 주최로 시내 남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난하이쯔공원에서 열린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에서 출전 로봇 21대 중 1등을 차지한 로봇 ‘톈궁 울트라’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사회자의 신호로 유니폼, 운동화를 착용해 번듯한 마라톤 주자임을 표현한 로봇들이 긴 다리를 힘차게 뻗었다.
관심이 특히 집중된 것은 출전 로봇 중 가장 크고(180㎝), 가장 무거운(52㎏) ‘톈궁(天工) 울트라’였다.
직립 2족 보행으로 최대 시속 12㎞까지 달릴 수 있다는 설명처럼 톈궁은 인간 조종자의 도움 없이 성큼성큼 내달렸다.
이날 대회에서 시속 8∼10㎞를 꾸준히 유지했고, 출발선부터 결승점인 퉁밍호 정보센터까지 총 21.0975㎞ 코스를 약 2시간40분 만에 주파하며 이 대회 첫 우승자가 됐다.
출전 로봇 21대 모두 정상적인 기능을 보인 건 아니었으나 로봇 마라톤을 조직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 자체만으로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서 로봇 전용 주로를 따로 마련하고, 출발 간격도 1~2분으로 조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각 로봇은 3명의 인간 엔지니어와 한 팀을 이뤘고, 로봇을 교체하거나 배터리를 갈 경우엔 페널티가 부여됐다.
21㎞가 조금 넘는 코스는 직선뿐 아니라 좌·우회전 도로, 경사로도 포함됐다.

출발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톈궁의 스타트에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번째 주자 쑹팅둥리(松廷動力) N2는 120㎝의 작은 체구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주행을 보였다.
베이징과학기술직업대학의 ‘샤오쥐런’(小巨人·작은 거인)은 75㎝의 키로도 잘 달려나갔다.
‘G1’은 올해 중국중앙(CC)TV의 춘제(중국의 설) 갈라쇼에서 인간 무용수와 군무를 선보인 ‘H1’을 만든 유니트리의 작품이다.

일부는 제대로 달리지 못해 한 로봇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관계자들이 일으켜 세우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하지만 출전 로봇 모두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유일한 여성형 휴머노이드인 ‘환환’(幻幻)은 출발 직후 느릿하게 걸어가다 조종수의 손이 느슨해지자 고꾸라졌고, 결국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갔다.
선눙(神農)로봇이 출품한 휴머노이드는 특이한 외형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출발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더니 10초도 되지 않아 쓰러져 파손됐다.

갑작스러운 고장과 허무한 중도 탈락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의 관절 움직임, 균형 감각은 분명 이족 ‘보행’을 넘어서는 주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대회를 “중국 로봇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자리”로 평가했다.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정부 업무보고에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언급한 중국 당국은 이 대회를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닌 미래 산업의 이정표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을 따돌리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기관 리더봇 등 10개 기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관측하며 “중국에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는 중국의 급속한 전기차 증가를 떠올리게 한다”며 “2030년까지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1038억위안(약 20조2500억원)으로 커져 세계 점유율의 약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