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또 때리고… G2 무역전쟁, 출구 없는 치킨게임 [트럼프 2기 출범 100일]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7 19:15:00

美·中, 패권 경쟁 격화
美, 철강·車 등 최대 145% 관세
中 “끝까지 싸울 것” 125% 맞불
양측 물밑 협상 여지 남겼지만
반도체·남중국해 등 불씨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와 세계 경제는 또다시 거센 소용돌이 속에 들어섰다.
특히 관세 폭탄은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이어지며 국제 분업체계의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과 동시에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은 출구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에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잇따라 부과됐고 중국 역시 125%에 달하는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양국의 상품 교역은 사실상 중단 위기로 내몰렸다.
결과는 글로벌 공급망, 시장의 심각한 혼란이다.

美 보복 아랑곳 않고… 연설하는 시진핑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지도자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관세를 무역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지만 2기 들어서 속도, 강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지난 2월4일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긴 걸 시작으로 한 달 만에 20%로 인상했고, 다시 34%, 84%로 올렸다.
동시에 동맹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고율 관세를 매겼고, 9일에는 대(對)중국 관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맞추는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이 곧 협상력”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협상 테이블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양국 모두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략 경쟁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인 미·중 간에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성격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과의 협상이 매일 진행 중이라며 2∼3주 안에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목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은 최근 미국산 반도체 일부 품목에 부과하던 125% 관세를 별다른 공표 없이 철회하며 물밑 협상의 여지도 남겨뒀다.

관세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된다 하더라도 반도체, 해운·조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분쟁 등을 두고 양국의 전략 경쟁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10월부터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 운영사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역시 중국은 이미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에서 눈을 돌려 인도태평양 지역에 외교·군사력을 집중할 경우 군사·안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제기된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