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도 말년병장도 ‘멍~’…외신도 주목한 이 대회 1등은?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12 14:10:00

57대1 경쟁률 ‘한강 멍때리기 대회’ 개최…각양각색 80팀 참여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매년 외신의 주목까지 받으며 화제를 끌고 있다.
올해 대회 우승자는 포크록 밴드 포고어택이 차지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부터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가치 있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열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열리지 않은 2020,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됐다.

지난해까지 1만9403팀이 신청해 심사를 거쳐 총 497명(654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는 4547개팀이 신청했고, 서울시는 사연을 중심으로 심사해 대회에 출전할 최종 80팀(128명)을 선정했다.

이 대회에서는 90분 동안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멍때리기’를 가장 잘한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참가자들은 심박 측정기를 착용하고 대회에 참가하며, 15분마다 측정된 심박수와 시민 투표로 점수를 받는다.
미국 CNN은 지난해 5월 이 대회를 놓고 “한국의 초경쟁 사회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눕거나 앉아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시가 선정한 사연에 따르면 10년간 황혼 육아로 바빴던 60대 할머니, 1000만 서울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기관사, 하루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시작하는 환경공무관 등 다양한 연령·직종의 시민들이 신청했다.

대회에는 라마 인형탈을 쓰거나 발레리나, 로커 등 독특한 복장을 한 이들이 참가에 이목을 끌었다.
작년 10월 데뷔한 5인조 걸그룹 ‘위치스’의 멤버들, 군복을 입은 휴가 군인, 근무복을 입은 교도관, 부모와 어린 자녀, 조부모까지 3대가 참가한 팀 등도 눈에 띄었다.

첫 탈락자는 대회 시작 18분 만인 오후 4시35분쯤 나왔다.
기권을 선언한 라마 분장의 유튜버 ‘김라마’는 “1시간은 버틴 줄 알았다”며 퇴장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뉴스1

우승은 포크록 밴드 포고어택에게 돌아갔다.
멤버 박병진(37)씨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공연하느라 멍을 때릴 시간이 없었는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바쁜 현대인에게 ‘쉼’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 일상에 더 참신한 휴식과 에너지를 주는 한강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